경영질서 공식 합의 vs 가족 간 약속 … 2018년 경영합의서 법적 효력 공방윤여원 측 "콜마비앤애에치 매각 뒤 HK이노엔 인수 시도 … 지배구조 개편 의도"윤상현 측 "실적 악화 명백 … 지주사로 이사 선임은 정당한 권한 행사"
  • ▲ (좌로부터)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 (좌로부터)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가 친오빠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이 2일 대전지법에서 열렸다.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심문은 양측 간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심문 종결로 마무리됐다.

    대전지법 제21민사부는 이날 오후 4시 윤 대표가 윤 부회장을 상대로 낸 위법행위 유지(留止) 등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진행했다. 콜마홀딩스가 콜마비앤에이치에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가처분 신청을 낸 데 대해 윤 대표가 위법행위 유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윤 대표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를 철회하고 자신의 대표 사임·해임 요구 등 윤 부회장의 경영권 개입을 금지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날 콜마비앤에치 측 해광의 이완희 변호인과 콜마홀딩스 측 태평양 염호준 변호인을 포함해 양측 대리인 총 4명이 참석했다. 오너 일가인 윤동한 회장과 윤 부회장, 윤 대표 등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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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공개된 3자 경영합의서 법적 효력 공방

    이날 쟁점은 지난 2018년 체결된 경영합의서의 법적 구속력이다. 윤 대표 측은 "당시 윤 회장이 자녀에게 적절한 경영 승계를 하기 위해 각자 승진시킨 뒤 같은 해 9월 경영권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합의서에는 윤 회장과 두 자녀뿐 아니라 콜마홀딩스와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및 감사들도 서명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는 단순한 가족 간 약속이 아닌 지배구조에 대한 공식 합의"라고 주장했다.

    윤 대표 측은 "합의서에 참여한 인물들을 보면 당시 콜마홀딩스 대표 2명(안병준, 김병묵),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정화영), 감사까지 포함돼 있다"며 "윤 회장이 오너 자녀와 경영진을 모두 모아놓고 이것이 콜마의 미래 경영 질서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공식 문서"라고 강조했다.

    반면 윤 부회장 측은 "합의서는 가족 간의 비공식 약속일 뿐이며 콜마홀딩스는 그 당사자가 아니다"라면서 "일부 인사들이 서명했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 자격에서 입회한 것일 뿐 회사 기관을 대표해 날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합의서 내용 자체에도 법적 강제력은 없으며 회사 경영에 이를 적용하는 건 무리"라고 덧붙였다.

    또한 윤 부회장 측은 "합의서에도 적법한 범위 내에서의 협조가 명시돼 있을 뿐 특정인의 대표권을 절대 보장한다는 표현은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날 일부 공개된 3자 경영합의서에는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의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윤 대표가 윤 부회장으로부터 부여 받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 혹은 협조하거나콜마비앤에이치로 하여금 지원 혹은 협조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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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마비앤에이치 매각 의도 vs 정당한 경영 개선

    윤 대표 측은 윤 부회장이 최근 윤 대표에게 대표직 사임을 종용하며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고 비판했다. 그 배경에는 콜마비앤에이치를 매각하고 손자회사인 HK이노엔을 콜마홀딩스 산하 자회사로 끌어올리는 지배구조 개편 구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 측은 "콜마비앤에이치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그 자금으로 HK이노엔을 인수해 지주회사 체계로 재편하려는 시도"라며 "이는 기존 경영 합의를 파기하고 윤 대표를 배제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권 분쟁은 기업 이미지 훼손과 주가 하락 등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 측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수익성 악화를 부인하지 않았다. 대신 "대표 취임 1년 만에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추진 중"이라며 "고객사 확보, 사업역량 강화 등으로 2024년 매출은 반등했고 올해부터 이익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고 반박했다. 실제 자본시장 전문가들 역시 올해 2분기부터 이익 반등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반면 윤 부회장 측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은 분명하다며 경영진 재구성 요구는 정당한 조치라고 맞섰다. 윤 부회장 측은 "2020년 956억원이던 콜마비앤에이치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39억원으로 75% 급감했고 영업이익률은 17.8%에서 5.1%로 하락했다"며 "시가총액 역시 2조원대에서 현재 4000억원대로 축소됐고 주가는 7만원에서 1만원대로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콜마비앤에이치는 최근 5년간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회사"라며 "자회사 경영 개선은 지주사인 콜마홀딩스의 당연한 의무이며 이사 선임과 주총 소집 역시 그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콜마비앤에이치 측의 가처분 신청은 임시주총 허가 결정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적 대응일 뿐"이라며 "이사 선임이 바로 경영권 박탈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심문을 종결, 제출된 자료와 변론 내용을 바탕으로 판단하겠다며 오는 16일까지 추가 자료 제출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