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6% 오른 코스피, 이틀 만에 4% 급락세제 개편안 실망감 반영 … 외국계 증권사도 우려감 한목소리세제 논의 방향성 따라 변동성 지속 전망 … "올라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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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후퇴 등 당초 시장의 기대와는 거꾸로 가는 세제 개편안 여파로 국내 증시가 다시 한 달 전으로 후퇴했다. 세제 개편안과 관련된 여야 공방 속에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논의 방향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상단이 3200대에 갇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2거래일간 급락하면서 7월초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30일 증시는 한미 관세협상 기대감에 3250선까지 올랐지만 지난 31일과 이달 1일 이틀 동안 4% 급락했다. 7월 한 달간 6% 가까이 올랐던 지수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한 것이다. 협상 타결 이후 차익실현 매물과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영향이다.
특히 이번 시장 급락의 트리거는 세제 개편안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은 종목당 50억원 이상에서 종목당 10억원 이상으로 다시 강화됐다. 또한 고배당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과세표준 2000만원 이하는 14%,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3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통상 4분기 중반부터 대주주 양도세 회피성 물량이 출회로 애꿎은 개인 투자자들은 연말마다 주가 폭락 공포에 떨었는데, 이를 되돌림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또한 배당소득 누진세율은 시장이 예상했던 25%대보다 높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세제 정책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매도세로 이어졌다. 지난 이틀간 기관은 1조7772억원, 외국인은 3075억원의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오버슈팅 구간에 있던 상황에서 기대감이 사라지자 차익실현 압력이 단기간에 집중됐다"며 "외국인과 기관의 실망 매물이 대거 출회됐다"고 말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번 세제 개편안은 국내 증시의 정책 모멘텀에 역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외국인과 개인 중심의 국내 증시 투자심리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이 증시 활성화 대책보다 증세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씨티증권은 전 세계 자산 배분 전략에서 주식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아시아 신흥시장 투자 비중은 중립으로 내리면서 그 이유를 한국의 세제 개편안 발표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1일 국내 증시의 급락 배경을 2025년 세제 개편안이라고 짚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해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다"며 세제개편안으로 한국 증시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여당 내에서도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식 양도소득세)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살피겠다"고 밝혔지만 하지만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하루 만에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가 주식양도세 과세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씀하지만 선례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증시가 정부의 증시 부양책 기대감에 빠르게 상승해왔던 만큼 실망감이 크게 반영되면서 증시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10분 현재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 대비 20.11포인트(0.62%) 오른 3139.09를 가리키고 있다. 5.14포인트(0.15%) 내린 3114.27로 거래를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경계감 속에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당장 이달 코스피가 최악의 경우 3000대까지 밀릴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시장은 증시 제도 개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해소로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PER 확대와 지수 상승은 낙관론의 결과물이었다"면서 "그러나 해당 재료에 의문이 발생하면서 방향성은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8월 코스피 등락 범위로 3000∼3250포인트를 제시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관세 협상 종료, 미국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 세제 개편안 기대감 축소 등은 주가 하락 요인"이라며 "이번주 코스피가 3000~33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대 3700대까지 제시됐던 코스피 12개월 목표치 상단도 3200대로 밀릴 수 있다는 평가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제시했던 베스트 시나리오의 코스피 상단 3710포인트는 추가적인 이익 증가가 아닌 밸류에이션 상승을 기반으로 했던 것"이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원안인 25% 수준으로 되돌리지 못하면 코스피 상단은 3240포인트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