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미란 CEA 위원장 연준 이사로 지명관세·약달러 강조한 '미란 보고서'로 유명 … "트럼프 통화정책 부합" 평가파월 의장 후임에 '금리 인하 옹호' 월러 이사 부상
  • 트럼프발(發) 관세전쟁 다음은 환율전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 약한 달러'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가운데 최근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 지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약달러 정책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1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의 조기 사임으로 발생한 잔여 임기를 채우기 위해 미란 위원장을 임시 이사로 내정했다.

    이에 따라 미란 위원장은 2026년 1월 31일까지 해당 직을 수행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정식 후임자를 물색 중이다.

    미란 위원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말기에 재무부에서 재정정책 고문으로 활동하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 정책 수립에 관여했다. 이번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정부 지출 확대보다는 균형 재정과 시장 중심의 정책을 중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친시장 노선과 보조를 맞추는 인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현행 정책 기조, 특히 고금리 유지에 대해 강한 비판적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이번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통화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인물을 연준에 앉힐 기회로 평가된다. 

    미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발간한 소위 '미란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방향성을 파악하기 위한 청사진으로 거론된다. 

    관세는 달러 가치를 약화시키기 위한 도구 중 하나라는 것이 해당 보고서의 골자다. 보고서는 미국의 무역·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모든 교역국에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할 것과 관세 부과 이후 강달러가 예상되는 만큼 다자 간 협정 등을 통해 주요국 통화 가치를 조정할 것을 제안한다.

    때문에 이번 미란 위원장의 연준 이사 지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약달러 정책을 본격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연준과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정책에 번번히 대립하고 있다. 관세 정책의 후폭풍을 우려한 연준이 5회 연속으로 올해 내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공연히 금리 인하와 미 달러화 가치 하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로 향하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강한 달러를 좋아하는 사람이긴 한데, 약한 달러가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준다"고 밝힌 바 있다. 

    연준 이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가진다. '약달러 옹호론자'인 미란이 상원 인준을 받는다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움직임은 차기 연준 의장 인사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 후임으로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월러 이사가 현재의 경제 지표보다 전망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려는 점과 연준 시스템 전반에 대한 깊은 지식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월러 이사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면담하지 않았으며,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도 여전히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월러 이사는 지난달 30일 FOMC가 기준금리를 4.25∼4.50%로 5연속 동결했을 때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과 함께 다수 의견에 반대해 금리 인하 의견을 낸 바 있다. 연준 이사 2명이 동시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지난 1993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월러 이사는 FOMC 다음날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노동시장이 악화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금리 인하에 나서선 안 된다"며 "관망하며 기다리는 접근법은 지나치게 신중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보먼 부의장도 지난 9일(현지시각) 올해 남은 세 차례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매번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은 일회성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효과가 사라지면 인플레이션은 2%로 돌아올 것이라고 본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