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로비전, 가입자 5% 저가 요금제에 가격인상 통보딜라이브, KT HCN 등도 순차 요금제 정상화 중 케이블TV 경영위기 … 저가 요금제 문제 해소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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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TV 업계가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장기 소비자들의 저가 요금제를 중심으로 가격인상을 통보하고 나선 것. 이는 2000년 초반 약관가가 정해진 이후 첫 인상이다. 인상폭은 사업자별로 각기 다르지만 통상 2000원 전후로 파악된다. 이들이 가격인상에 나선 것은 적자가 쌓여가는 방송사업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평균 요금제에 한참 못 미치는 저가 요금제는 그동안 케이블TV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22일 케이블TV 업계에 따르면 주요 케이블 업체들은 수면 밑에서 조용한 가격인상을 진행 중이다. 공지나 별도 안내 대신 각 개별 가입자에게 순차적으로 통보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 여기에는 케이블TV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

    LG헬로비전은 최근 일부 가입자들에게 베이직 요금제 가격인상 통지문을 발송 중이다. 가격인상 폭은 2000원. 

    LG헬로비전은 “그동안 LG헬로비전은 지속적인 투자와 물가 상승 영향에도 불구하고 고객님께 저렴한 요금으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하지만 지속적인 설비 및 시설 유지보수 원가 상승과 콘텐츠 사용료 등 서비스 제공 비용 증가로 인해 부득이하게 이용요금을 일부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격인상 대상은 전체 가입자 중 약 5%에 달하는 저가 요금제 이용자들이다. 이들은 케이블TV 사업 초기에 가입한 장기가입자들로 평균 5000원대 요금을 납부하는 중이다. 인상률만 보면 약 40%에 달한다. 

    가격인상에 나선 것은 LG헬로비전 뿐이 아니다. KT HCN도 지난 올해 상반기부터 저가 요금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가격인상 통보를 시작했다. 가격 인상 폭은 마찬가지로 2000원. 딜라이브는 지난 2023년부터 일찌감치 저가 요금제 이용자에 대한 가격인상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외에 서경방송 등 지역의 SO도 지난 2월부터 요금제 가격 인상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저가 요금제 가입자에 대한 가격인상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저가 요금제의 문제는 케이블TV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케이블TV 시장은 1995년 개막 이후 M&A를 통해 급격하게 몸집을 키워왔는데, 그 과정에서 평균 요금제에 한참 못 미치는 저가 요금제 가입자도 대거 발생했다. 이들은 케이블TV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를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그럼에도 케이블TV의 가격인상이 소리소문 없이 진행된 것은 업계의 고충과도 맞닿아 있다. 케이블TV는 약관에 신고한 요금제 이하로 받으면 정부 당국에 별다른 신고를 거칠 필요가 없는데, 이마저도 저가요금제 소비자 일부에게만 개별통지하는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요금제라고 해도 가격인상에 가입자가 이탈할 경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일괄 통보 대신 개별 통보로 가입자의 반응을 보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괄 인상 대신 순차적 통보 후 다음 다시 다른 일부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들여 이뤄진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케이블TV가 단순히 요금제 수익 외에 홈쇼핑의 송출수수료 등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케이블TV는 최근 몇 년간 IPTV에 가입자를 뺐기면서 홈쇼핑과의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주도권을 빠르게 잃고 있다. ARPU를 높이는 것 이상으로 가입자를 유지해야한다는 딜레마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케이블TV의 적자는 심각한 경영위기로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기준 90개 SO 중 52개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 한국케이블TV협회에 따르면 케이블TV의 ARPU는 2011년 6781원에서 2022년 기준 4010원으로 감소했다. 법정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때문에 이번 가격인상을 계기로 일반 요금제에 대한 가격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케이블TV가 1995년 출범 당시 24개 채널 1만5000원의 요금은 30년이 지난 현 시점 200여개 채널로 늘었지만 여전히 1만5000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필수재 서비스 요금은 2~5배 가량 인상됐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저가 요금제의 인상을 계기로 기본 요금제애 대한 전반적인 인상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