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연봉 뛰어넘은 부점장 … 상반기 11억 수령

국내 주요 시중은행에서 상반기 최고 연봉을 기록한 인물은 은행장이나 현직 임원이 아닌 ‘퇴직자’였다. 일부는 퇴직금만 10억원을 훌쩍 넘어 현직 은행장의 보수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보수 상위 5명 가운데 다수가 은행을 떠난 퇴직자들로 채워졌다.

하나은행에서는 부점장 직위에서 퇴직한 직원 5명이 나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급여와 상여, 퇴직금을 합쳐 10억3100만~11억2200만원을 받아갔는데, 이는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같은 기간 받은 5억560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이 가운데 한 퇴직자는 퇴직금만 10억6000만원에 달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조사역·팀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직원들이 상위 명단에 올랐다. 이들이 챙긴 보수는 8억7600만~9억9600만원이었고, 퇴직금만 따져도 최대 9억1600만원 수준이었다.

우리은행은 더욱 뚜렷하다. 상위 5명이 모두 부장대우 직급에서 희망퇴직한 직원들로, 각각 9억100만~9억9600만원을 수령했다.

신한은행도 사정은 비슷했다. 정상혁 행장이 11억5400만원으로 상위권에 올랐지만, 나머지 4명은 모두 퇴직자였다. 지점장 등으로 근무하다 물러난 이들은 9억1200만~9억2500만원을 받았다.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희망퇴직자 평균 퇴직금은 지난해 기준 3억5000만원 수준으로, 법정 퇴직금을 포함하면 5억원 이상을 손에 쥔다. 올해 사례처럼 억대 퇴직금이 쏟아지며, 고액 연봉자 명단의 주인공이 ‘현직’이 아닌 ‘퇴직자’로 채워지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한편 은행권의 연봉은 업황 호조에 따라 꾸준히 상승세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조9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113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도 6350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6050만원)보다 300만 원(4.96%) 오른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