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콘텐츠, 상상을 실현하는 창작의 확장으로 이어져…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부상""기술에만 집중하지 말고, 새로운 가치 찾고 맥락 고려해야""AI가 더 이상 흥미롭지 않을 때, 비로소 AI를 제대로 잘 쓸 수 있게 될 것"
  • ▲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MAD STARS 2025
    ▲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MAD STARS 2025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에게 다양한 맥락을 이해시키고 AI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부산 = 김수경 기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Orbit)가 AI 시대의 콘텐츠 환경 변화와 마케팅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그는 인류가 겪어온 '시대적 전환' 속에서 새롭게 펼쳐진 AI 시대를 조망하며, 이 시대에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에 꼭 필요한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궤도는 먼저 'AI 시대'라는 표현에 주목하며 "어떤 특정 시기에 '00의 시대'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것은 무언가 큰 변화가 있고, 그 속에 기회가 있다는 뜻"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배를 활용해 바다로 나가 막대한 부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대항해시대, 수 많은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낸 컴퓨터 시대, 개인이 가진 초소형 기기를 활용해 모든 작업이 가능해진 모바일 시대를 거쳐 이제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자동화와 효율화가 가능해진 AI 시대가 도래했다"며 "AI 시대는 무수한 새로운 기회를 열었지만, AI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AI 시대가 오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 많이 바뀌기 시작했다. 콘텐츠란, 인간의 경험과 사고를 바탕으로 의미있는 정보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창조물을 뜻하지만, AI가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악, 내레이션 등 콘텐츠 제작 과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콘텐츠 제작의 지형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궤도는 "미드저니를 활용해 만든 미술작품이 미술대회에서 수상하고, 프롬프트만으로 완성한 AI 영상이 실제로 촬영한 영상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며 "AI가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 '누구도 그려본 적 없는 이미지', '상상만 하던 장면'을 실현하는 창작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AI가 콘텐츠 제작에 있어 새로운 장르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AI를 활용한 콘텐츠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궤도는 그 대표적 예로 코카콜라가 AI를 활용해 선보인 2편의 광고 캠페인을 소개했다. 
  • 먼저, 2023년 공개된 코카콜라의 글로벌 캠페인 '마스터피스(Masterpiece)'는 뭉크, 고흐, 앤디 워홀과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명작들과 코카콜라의 마법같은 만남을 2분 분량의 영상으로 담아냈다. 이 캠페인은 다양한 예술작품 안에서 코카콜라가 해당 작품의 화풍에 맞게 바뀌는 모습을 예술적으로 담아내 크게 호평 받았으며 그해 칸라이언즈(Cannes Lions)에서 필름 크래프트 부문 브론즈를 수상했다. 
  • 반면, 코카콜라가 2024년 선보인 'The Holiday Magic is coming' 캠페인은 영상 속 인물이나 이미지가 너무 AI로 만든 티가 난다는 부정적 반응을 얻으며 '끔찍한 광고'라는 혹평까지 받았다.

    AI 기술을 활용한 두 캠페인의 성패를 가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궤도는 이를 '새로운 가치의 발견'와 '맥락에 대한 이해'에서 찾았다. 
  • ▲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MAD STARS 2025
    ▲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MAD STARS 2025
    궤도는 "AI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기술을 사용하는 명확한 의도가 있어야 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2023년 코카콜라 광고는 AI를 활용해 명화의 특징적인 화풍을 코카콜라로 재해석하는 새로운 가치를 보여줬다"며 "반면 2024년 코카콜라 광고는 AI라는 기술에만 집중하는 오류를 범했다. 만약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가 '훌륭한 컴퓨터그래픽'이나 '화려한 특수효과'에만 집중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이런 기술이 있으니 활용해보자'와 같은 방식으로는 전혀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며 "AI를 활용해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MAD STARS 2025
    ▲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MAD STARS 2025
    이와 함께 궤도는 '맥락'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재밌는 농담 하나 해 줘"라는 부탁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상대가 재미없는 농담을 했을 때 "하하하 정말 재밌다"라고 답변했다면 이는 칭찬의 의미가 아니라, 사실상 비꼬는 것에 가깝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궤도는 "만약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반응을 AI에게 보였다면, AI는 이를 칭찬의 의미로 해석할 것이다. AI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AI가 전후사정 속 맥락을 이해하기 시작해야만, 콘텐츠 제작에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다. 각각의 독특한 배경과 맥락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맞는 초개인화된 콘텐츠를 전달하고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는 맥락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제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맥락 이해'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서는 성별·나이·정치 성향 등 맥락 정보를 활용한 AI가 토론 설득에서 인간보다 64% 더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앞으로는 AI에게 '맥락'을 이해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궤도는 마지막으로 미디어 학자 클레이 셔키의 "기술이 사회적으로 흥미로워지는 순간은, 기술 자체가 지루해지는 순간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AI가 더 이상 '새로운 기술'로 소비되지 않고,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지루할 정도로 흥미롭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AI를 제대로 잘 쓸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단순히 AI 기술을 사용하는 것보다, AI를 활용해서 만들어 낼 새로운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MAD STARS 2025는 27일부터 29일까지 시그니엘 부산 및 해운대 일원에서 열린다. 18회를 맞는 올해의 주제는 'AI-vertising, AI 광고 마케팅 시대'로, AI와 인간의 창의력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의 가능성을 조명하고 업계 전반의 흐름과 변화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