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친노동 정책에도 … 노동계, 정년연장·주 4.5일 등 강조노동시장 이중구조 확대 우려 … 기업 생산성·인건비 부담 현실화李정부 국정과제 추진에 논의 박차 … "무조건적 수용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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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지 100일도 채 되지 않아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이 국회에서 통과된 가운데 노동계가 주4.5일제 도입과 정년연장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대선 청구서'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8일 정치권과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노총 위원장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주4.5일제 도입과 정년연장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관련 논의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앞서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노동계 숙원이던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고 산업재해 엄벌을 공언하는 등 친(親)노동 정책을 펴왔다. 그럼에도 노동계의 요구가 지나치게 커지자 지난 4일 대통령실에 양대노총 위원장을 불러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양대 노총이 참여해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이후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다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정 교섭을 통해 노정 간 신뢰를 회복, 구축하고 대화의 효용성을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전면적인 노정 교섭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노사정 교섭'이 아닌 '노정 교섭'을 요구하며 노동 정책 협상 테이블에 기업의 자리를 빼자고 제안한 것이다.이 대통령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사회안전망, 기업들의 부담,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에 대해 터놓고 한번쯤 논의해야 한다. 싸우든지 말든지, 대화를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양대 노총 위원장은 이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오히려 노동계에선 '노조 회계 공시 제도' 폐지를 비롯해 주 4.5일제 시행, 65세 정년 연장 등 노란봉투법에 이은 '후속 청구서'를 내밀었다. 양 위원장은 "트럼프의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라 노동자 편이 되는 행복 메이커가 되어 달라"며 사실상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경영계에선 노동계의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안그래도 위기인 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단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정년연장 시 5년 후 60~64세 고령 근로자 고용 비용이 30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5~29세 청년층 90만명을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한 가운데 섣부른 조정은 현재의 격차를 더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김대일 서울대 교수와의 공동 연구에서 "임금 체계와 고용 경직성을 유지한 채 정년만 연장하면 과거처럼 청년 고용 위축, 조기퇴직 증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이런 문제는 해외 생산이나 자동화를 위한 여력이 작은 중소기업들에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치권에선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가 이들 사안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기로 한 만큼 관련 논의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 "우리나라 평균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며 주4.5일제 도입 추진을 공약했다. 아울러 법정 정년의 65세로의 단계적 연장과 함께 2025년 내 입법 추진 및 범정부 지원 방안 마련도 약속했다.노동 정책 주무부처의 수장인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임금 감소 없는 주4.5일제가 가능하다"면서 정년연장을 위한 사회적 대화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으며, 가능한 곳부터 주4.5일제 시범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이런 흐름에서 노동계의 실권 행사는 정치권과 행정부를 넘어 사기업에서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최근 정년 임금인상은 물론 정년연장과 주4.5일제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MG손해보험 노조는 예금보험공사가 한시적으로 설립하는 임시 보험사인 '가교 보험사'가 MG손보 임직원 일부를 고용하더라도 여전히 고용은 불확실성에 놓인다는 주장을 펼치며 재매각을 요구하기도 했다.이를 두고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무리 노동계가 대선 당시 이재명 정부와 뜻을 같이했다고 하더라도 요구할 만한 수준의 정도를 지켜야 한다"며 "정치권에서도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자중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