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출범 맞물려 금산분리 완화 요구해외는 銀 통한 벤처투자 활발, 韓 금산분리 '족쇄'혁신금융 발판 vs 사금고화 리스크 … 논의 향방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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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권이 오랜 비판을 받아온 ‘담보 위주 영업’의 한계를 인정하고, 산업·혁신금융으로의 체질 전환을 꾀하고 있다. 12월 출범하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와 맞물려 은행들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를 정식 요구하면서 산업금융 패러다임 전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담보금융 한계와 산업금융 전환의 필요성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10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을 해왔다는 국민적 비난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는 정확한 신용평가와 산업 분석 능력을 키워 선구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이는 단순한 자기반성을 넘어선다. 저성장·고령화·디지털 전환 등 환경 변화 속에서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모델은 장기적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발언이다. 은행권이 산업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모험자본에 참여하지 않으면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돼 있다.◇글로벌은 이미 ‘은행+벤처’ 결합 확산해외 주요 금융기관들은 이미 CVC를 자회사 형태로 두고 신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미국의 경우 JP모건, 골드만삭스가 핀테크·바이오·클린에너지 스타트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유럽의 BNP파리바, 산탄데르은행은 CVC를 통해 AI·ESG(환경·사회·지배구조)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UFJ·노무라도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에 참여 중이다.반면 한국은 은행법·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조항으로 은행의 CVC 설립이나 GP(업무집행조합원) 역할이 원천적으로 제한돼 있다. 진옥동 회장이 “전 세계에서 한국만 CVC를 금산분리로 묶어둔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괴리를 부각시키기 위한 맥락이다.◇국민성장펀드와의 접점 … 규제완화 필요성과 리스크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75조원을 선분담하고, 민간·연기금·금융권 자금 75조원을 매칭하는 구조다. 투자 대상은 반도체·AI·2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벤처·스케일업, 지역 프로젝트까지 폭넓게 설정됐다.문제는 은행이 ‘정책펀드 참여자’로만 머문다면 산업분석 역량 축적이나 모험자본 경험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은 “CVC 규제 완화 없이는 혁신기업에 직접 투자할 길이 없다”고 주장한다. 기업과 정부 펀드, 은행이 함께 투자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다만 금융당국은 이해상충, 사금고화, 금융안정성 훼손 우려를 들어 신중론을 유지한다. 실제로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 계열 금융사가 사금고 역할을 하며 부실을 키운 경험이 있어 금산분리 원칙은 뿌리가 깊다. 은행권은 이에 대응해 공동 GP(Co-GP) 허용, 투자 한도 설정, 투명한 심사체계 마련 등 안전장치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국민성장펀드가 출범하는 12월은 은행권의 혁신금융 도전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단순한 정책 참여자가 아닌 ‘산업금융 투자자’로 변신하려면 결국 CVC 규제 완화 여부가 관건이다.금융권 관계자는 “정책펀드와 은행권의 혁신금융 의지가 결합돼야 한국 금융산업의 성장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