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합 회부 검토… 연내 최종 결론 가능성1심 665억원, 2심 1조3808억원 판결… 극명한 차이노태우 비자금 쟁점·판결문 오류 논란… 파장 확대지배구조·정치권 불법자금 환수까지… 정재계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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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나오면서 연내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인지 주목된다. 1·2심 판결이 엇갈린 가운데, 1조3808억원 규모의 재산분할액과 상속 주식 분할 여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문제가 맞물리면서 재계와 법조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법원이 공개한 심리 대상에서는 해당 이혼소송이 포함돼있지 않다. 다만 이번 사건은 ‘보고 사건’으로 분류돼 대법관 전원이 쟁점을 공유하며 전원합의체(전합) 회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보고 사건은 전합 회부 가능성이 있는 사건으로, 대법관 전원에게 미리 보고해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갖는다. 대법원 사건은 보통 소부(소법정)에서 처리되지만 합의가 어렵거나 기존 판례를 바꿔야 할 때,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인 경우 등 전원합의체로 넘겨진다.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면 대법관 전원이 모여 사건의 쟁점을 심리한 뒤 다수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친 후 선고기일을 확정한다. 통상 전합 심리가 시작된 사건은 1~3개월 내 선고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아 이르면 연내 두 사람의 이혼소송의 결론이 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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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데일리DB
◇ 엇갈린 1·2심… 665억 vs 1조3808억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1심과 2심 판결 결과가 크게 엇갈리며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1심은 최 회장 손을 들어줬다. 2022년 12월 서울가정법원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부친 고(故)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했다. 민법은 혼인 전부터 보유했거나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규정하고,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에 따라 노 관장의 청구 대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간의 이혼 소송에서도 같은 법리가 적용돼, 이 사장이 보유한 주식은 분할 대상에서 빠졌던 바 있다.하지만 2심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는 노 관장이 항소심에서 제출한 새로운 증거를 인정했다. 노 관장은 모친 김옥숙 여사의 자필 메모와 50억원 권면의 약속어음 6장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며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즉, 노 관장 부친의 비자금이 SK그룹 경영에 쓰였으니 자신도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주장이다.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고 본 것이다. 그 결과 재산분할 규모는 1조3808억원으로 산정됐다. 1심보다 무려 20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최 회장 측은 ‘비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고,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활동비를 지원하기 위해(담보조로) 건넨 어음’이라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다만 2심 판결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SK C&C(옛 대한텔레콤)의 주식가치 산정 과정에서 오류가 드러난 것이다.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이 취득한 당시 대한텔레콤(옛 SKC&C)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에는 주당 100원, SK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에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하지만 SK측은 이 같은 계산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주장을 받아들여 대한텔레콤의 가치를 주당 1000원으로 수정했다.그러면서도 재산분할 액수는 그대로 유지됐다. 최 회장 측은 판결문 수정에 따라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주식 가치 상승 기여가 각각 125배와 35.6배로 수정돼야 하고, 결국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2009년 11월 3만5650원은 중간 단계의 가치로 최종적 비교 대상이나 기준 가격이 아니다”라며 “이를 통하면 최 회장과 최 선대회장의 기여는 각각 160배와 125배로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당시 법조계에서는 기여도 수치를 줄였음에도 금액을 고수한 점은 절차적 하자라면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증거물임에도 진위 감정 없이 이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증거의 신빙성부터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
- ▲ 최태원 SK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스1
◇ 전원합의체 판단 향방… 재계·정치권 촉각전원합의체는 심리를 거쳐 직접 판결을 내릴 수도 있고, 법리만 정리한 뒤 사건을 소부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 직접 판결하기로 하면 전합이 다수의견을 모아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통상 몇 달 안에 판결을 선고하면 사건이 종결된다. 반대로 소부로 환송될 경우 전합이 마련한 법리에 따라 소부가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 귀결되느냐에 따라 결론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일각에서는 2심의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관 과반이 ‘이 사건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 만큼 전합 회부 자체가 최 회장에게 다소 유리한 흐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2심에서는 상속재산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 온 기존 판례와 달리, 비자금 기여도를 근거로 노 관장 측 주장을 인정했다. 하지만 비자금이 실제로 SK에 유입됐는지 여부를 입증할 증거는 제한적이다. 또한 설령 유입이 인정되더라도 불법 비자금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새로운 법적 해석을 요구한다. 불법 비자금을 법이 보호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부를 세대를 이어 누리도록 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이번 사건의 핵심에 놓여 있다.만약 전합이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다면, 최 회장은 1조원이 넘는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한 SK㈜ 주식 일부를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한 이혼 분쟁을 넘어 SK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야기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또한 이와 별개로 불법 비자금 300억원이 46배로 불어나 되물림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발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 불법 비자금 관련 대법원 심리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이혼 재판의 관련성과 별개로 충분히 심리해야 한다‘는 응답이 66.1%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꼴로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 불법 비자금을 심리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최근 정치권에서도 불법 자금 환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재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독립몰수제’ 도입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는 범죄자의 사망이나 공소시효 만료와 상관없이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 제도로, 이미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시행 중이다. 법무부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만약 2심의 판결이 유지된다면 적법하지 않게 만들어진 자금이 상속·증여세 없이 대물림되는 전례가 될 수 있다.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부부 간 재산분할의 범위를 넘어 상속과 불법자금의 법적 성격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정리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며 “대법원의 판단은 향후 고액 재산분할 소송과 재계 오너 일가 사건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