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제한적인 'HDD 대신 SSD 탑재' 대세로"추론 AI 수요 더 는다" … 재고 확보 나선 CSP들낸드가격, 3분기 완만한 상승세 이어 4분기 급등 가능성 힘 실려"내년 공급부족 피크" … 2027년까지 호황 사이클 이어질듯
  • ▲ 웨스턴디지털 HDD '울트라스타 DC HC690' 제품 이미지 ⓒ웨스턴디지털
    ▲ 웨스턴디지털 HDD '울트라스타 DC HC690' 제품 이미지 ⓒ웨스턴디지털
    AI(인공지능) 수요가 낸드플래시 시장에도 훈풍을 일으키고 있다.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공급 부족으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내년은 물론이고 내후년까지도 낸드시장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HDD 제조사 웨스턴디지털(WD)은 최근 모든 HDD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지를 고객사들에 전달했다. WD는 "모든 용량대의 HDD에서 전례 없는 수요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HDD는 낮은 비용 덕에 오랜기간 콜드데이터 저장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콜드데이터란 접근 빈도가 낮지만 장기 보관이 필요한 데이터를 의미한다. 최근엔 추론 AI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이 같은 콜드데이터 저장 수요도 빠르게 증가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주요 HDD 제조사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고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HDD 품귀사태로 주요 클라우드서비스 기업(CSP)들은 콜드데이터 저장에 SSD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SSD는 주로 핫데이터(자주 사용되는 데이터) 저장에 주로 사용됐고 HDD보다 기가바이트 당 비용이 높지만 성능이 뛰어나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다.

    HDD 품귀가 SSD 수요로 이어지면서 SSD 공급업체들도 바빠졌다. 이미 샌디스크와 마이크론이 치솟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가격 동결 조치에 나선데 이어 점진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계획임을 고객사들에 통보한 상황이다.

    이들은 HDD를 대체하는 니어라인(Nearline) SSD 제품을 개발하는 데도 한창이다. 현재는 SSD가 HDD의 4~5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이를 약 3배 수준까지 낮추는 방향으로 신제품 개발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AI 추론 애플리케이션 증가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용량이 급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CSP들은 향후 SSD 수요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앞으로 더 많은 SSD를 확보하는게 명확하다는 전제 하에 이미 가격 상승기에 접어든 SSD 재고를 확보하는데 더 열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처럼 기업용 SSD 수요가 큰 폭으로 움직이면서 올 하반기 동안 낸드 가격은 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가 시작된 7월 초에만 해도 낸드시장에선 올 하반기 가격 향방을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는데, 불과 몇 달 사이 HDD 수요까지 넘어오면서 3분기에는 완만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4분기 들어서면 급격히 가격 상승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기업용 SSD 계약 가격이 전분기 대비 5~10%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HDD 공급 부족 여파가 SSD로 이어져 가격 상승을 유도한데 이어 내년엔 HDD와 SSD 공급 부족 현상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스토리지 공급업체들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팹(Fab)의 한계가 명확하고 수요 증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수급을 맞추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결과적으론 오는 2027년까지 낸드시장도 호황 사이클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D램에 이어 낸드시장에도 AI 수요가 본격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메모리 제조사들의 실적 상승과 이익 증가세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