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산업 전방위 긴장상반기 해외 유출 사건 8건 중 5건 중국行"솜방망이 처벌로 재발 빈번 … 강력 대응해야"
-
- ▲ ⓒ연합뉴스
국내 산업계에 ‘중국발 기술 유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에서도 기술 유출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가 핵심기술이 해외로 새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솜방망이식 처벌이 재발을 부추긴다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 2일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을 압수수색했다. 임직원 2명을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을 중국 업체에 제공한 혐의로 수사 중이며, 내부 자료 수백 장을 촬영한 사진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이보다 앞선 지난 1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가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찰은 일부 임직원이 회사의 디스플레이 관련 최신 기술을 중국 측에 넘긴 정황을 포착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국내 양대 기업에서 비슷한 시기 유출 의혹이 터진 건 단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기술은 중국에서 가장 탐내는 분야 중 하나”라면서 “자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전했다.반도체 분야에서도 유사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1일 서울중앙지검은 전 삼성전자 임직원 3명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D램 반도체 공정 기술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피의자들은 기존 연봉의 최대 5배인 30억원를 약속받고 이직·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 쪽 추정에 따르면 해당 유출로 인한 삼성의 손해는 2024년 기준 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지난 6월에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국가 핵심 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협력사 부사장 등 경영진이 실형을 확정 받기도 했다. 이들은 하이케이 메탈게이트(HKMG) 반도체 제조 기술과 반도체 세정 레시피 등을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중국 반도체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HKMG는 반도체 전력 소모를 줄이는 신기술로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된다.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사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올해 상반기에만 해외로의 기술 유출 8건을 적발했는데, 이 가운데 5건이 중국으로의 유출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27건 중 20건이 중국 관련이었고, 분야별로는 반도체 9건·디스플레이 8건 순이었다. 한국이 주요 표적이 되는 배경으로는 중국의 첨단산업 자립 전략과 한국의 기술적 우위 등이 꼽힌다.중국이 한국 첨단산업 기술을 빼돌리며 업계를 좀 먹고 있지만 처벌은 미미하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 핵심기술 유출 시 3년 이상 징역 또는 최대 65억원 벌금형을 규정하지만, 실제 판결에서는 대부분 벌금형을 받거나 형량 수위가 더 낮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게다가 중국에서 어마어마한 금액을 주고 있어 이를 통해 보석 석방으로 풀려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D램 공정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전직 임원은 지난달 1심 재판을 받다가 보석 석방됐다. 그는 범행 대가로 중국 반도체 회사 지분 860억원 상당을 받고, 보수 명목으로 18억원의 범죄수익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업계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는 기술 유출을 가져온다고 보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26일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에서 “기술 한 건이 유출될 때마다 굉장히 큰 손실을 입기 때문에 기술 유출에 대해서는 정부가 확실하게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박준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도 같은 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최근 5년간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사례가 21건에 달하고, 피해 규모도 확대되는 만큼 국가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 강화와 강력한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