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금투협 당부에도 빚투 25조원 육박홍콩 사태 잊은 ELS, 증시 호황에 발행 급증“묻지마 투자 유혹 떨치고 신중히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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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역사적 신고가 돌파를 지속하면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 포털에 따르면 2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4조77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9월 25조원대까지 치솟으며 최고치를 기록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연중 최대치로 불어났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5조1870억원, 코스닥 시장 9조5897억원으로 지난해 말(9조2331억원·6조5839억원) 대비 각각 64.48%, 45.65%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개인의 빚투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클 때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늘어난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은 시장 변동성에 취약하다. 빚투로 산 주식은 대출 담보가 되는데, 주가가 도로 하락해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증권사가 담보 보충을 요구하다 결국 강제로 주식을 매도(반대매매)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거래소와 금투협은 이달 중순께 증시 활황을 틈타 무리한 대출을 레버리지(지렛대) 삼는 투자를 감행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지만, 빚투 열기는 계속 치솟는 상황이다.

    당시 이들은 “신용융자와 같은 레버리지 투자는 주가 상승기에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나, 시장 상황이 예측과 다를 경우 손실이 급격히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청년층과 50・60대 이상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신용거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레버리지 거래를 자제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장 호조가 지속되면 고수익을 받을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투자 열기도 뜨거워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ELS 발행액은 12조77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9%나 뛰었다.

    ELS는 발행 이후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 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 만약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연장된다.

    최근 증시 호황이 지속되자 ELS로 높은 수익을 챙기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가입자도 빠르게 느는 추세다. 실제 예탁원이 집계한 ELS 조기상환 금액은 올해 3분기 기준 6조8448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33.5% 늘었다.

    ELS는 특정 시기마다 가격 조건을 충족하면 만기 전에도 일찍 원금과 이자를 뺄 기회를 준다. 이 때문에 조기상환의 증가는 그만큼 상승장 덕에 일찍 ELS 투자 과실을 받아 간 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단, 최종 만기 전까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정해진 수준 아래로 주가가 내려가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하면 가격 하락률만큼 ELS 전체 원금에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ELS의 일종인 ELB(주가연계사채)는 원금 보장 조건이 붙지만, 이마저도 녹인 구간에 들어서면 약속한 이자를 못 받게 되고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실제 작년 초엔 홍콩 H 지수를 자산으로 삼는 ELS가 전국적으로 대형 손실을 내며 ‘부당 판매’ 논란이 일고 상품 인기가 크게 꺾인 바 있지만, 현재 ELS 시장은 이런 과거를 잊어버린 모양새다.

    시장 움직임을 증폭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도 수요가 여전히 높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 상위 6위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656억8000만원이 새로 유입됐다.

    해당 종목은 코스피200선물지수(F-KOSPI200)의 하루 수익률을 역(-)으로 두 배 추종하는 ETF로 일명 ‘곱버스(곱하기+인버스)’라고도 불린다. 기초지수가 일간 1% 하락할 경우 2%의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상승장에선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고위험군 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례적 불장 때는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줄고 각종 풍문이 돌면서 테마형 ‘묻지마’ 투자에 대한 유혹도 많아진다”며 “자신의 자산 현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장세 판단을 토대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