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맛있는제주 만들기' 6호점 진미네식당 홍수정 사장2014년 인연 맺어 11년째 장사 … 인생을 바꾼 인연투병으로 9개월 문 닫았다가 재기 … '맛제주' 덕분
  • ▲ 10월 31일 찾은 제주 노형동 진미네식당 전경ⓒ조현우 기자
    ▲ 10월 31일 찾은 제주 노형동 진미네식당 전경ⓒ조현우 기자
    [만났조]는 조현우 기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인 단어입니다.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즐기는 우리 일상의 단편. ‘이 제품은 왜 나왔을까?’, ‘이 회사는 왜 이런 사업을 할까?’ 궁금하지만 알기 어려운, 유통업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 11년전 인연,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가 아니었으면 벌써 문 닫았을 거예요.”

    지난 10월 31일 제주 노형동에 위치한 ‘진미네식당’에서 만난 홍수정 사장과 박영준 호텔신라 셰프는 서로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밝게 웃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1년 전, 당시 호텔신라가 제주특별자치도, 지역방송사와 함께 진행하는 ‘맛있는 제주만들기’(이하 맛제주)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맛제주 프로젝트는 관광제주 음식문화 경쟁력을 강화하고 영세자영업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2013년 론칭해 올해 말 28호점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호텔신라 임직원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조리법과 손님 응대, 서비스 등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하고, 주방 설비와 식당 내부 환경을 개선해주는 토탈 기부형 프로그램이다.

    선정 기준도 엄격하다. 제주도민이어야하고 별도 조리사 없이 직접 가게를 운영 중이어야한다. 또 부가적으로 부채라든지 경제적 상황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선정하게 된다. 후보 식당에 대해서 요식업협회나 지역 읍·면·동 사무소에서 추천을 받는 방식이다.
  • ▲ 홍수정 진미네식당 사장과 박영준 호텔신라 셰프가 '맛제주' 현판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홍수정 진미네식당 사장과 박영준 호텔신라 셰프가 '맛제주' 현판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홍 사장은 “그날따라 우연히 맛제주 2호점 개점이 방송에 나오는걸 봤는데,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 이후에 요식업협회에서 우리 가게가 맛제주에 선정이 됐는데 해보겠냐는 연락이 와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홍 사장이 진미네식당을 연 것은 1998년. IMF 당시 실직한 남편과 자녀 학비 등 생계를 위해 문을 연 것이 시작이다. 그러나 주택가에 위치해있고, 메뉴도 특별할 것 없는 정식 백반인 탓에 손님은 늘 요원했다.

    홍 사장은 “지금 생각해보면, 관광지도 아닌 주택가에서 집밥을 파는게 잘 될 리가 없었다”면서 “당시 4000원 정식으로 시작했는데, 비가오면 하루에 손님 네 팀 받으면 많은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박영준 셰프는 컨설팅을 위해 먼저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당시 진미네식당은 가게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집이기도 했다. 생활과 가게 운영이 한 곳에서 이뤄지니 위생이나 시설이 좋을 수가 없었다.

    박 셰프는 “처음 가게를 봤을 때는 주방 배수구가 다 드러나 보일 정도로 노후화가 많이 된 상태였다”면서 “우선 인테리어를 정리했고, 면담과 주변상권 조사를 통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 진미네식당 시그니처 메뉴인 정식 메뉴ⓒ홍수정 사장 제공
    ▲ 진미네식당 시그니처 메뉴인 정식 메뉴ⓒ홍수정 사장 제공
    박 셰프는 주변상권과 고객 선호도 조사에서 수요가 높았던 ‘진미해물탕’과 ‘진미정식’을 선보였다. 진미해물탕은 도내 수산물 도매상과 직거래 방식을 도입해 가격을 낮췄고, 진미정식은 제주 토속음식인 돔베고기와 강된장, 고등어구이, 계란말이 등으로 구성했다.

    박 셰프는 “지금은 돔베고기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관광객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맛 뿐만 아니라 담음새 등을 고려해 메뉴를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돔베고기에는 엄나무를 넣고 삶아 비린내를 잡았다. 강된장도 직접 비법 레시피를 개발해 한 달간 신라호텔에서 노하우를 전수했다. 해물탕을 위해 식당 내부에는 수족관도 설치하고 테이블마다 내장형 가스 버너도 설치했다.

    지금 현재 진미네 식당에서 해물탕 메뉴는 사라졌다. 실제 메뉴가 적용된 이후에도 소비자 반응을 통해 즉각적인 수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박 셰프는 “재개장을 하고 오픈을 하고 보니 정식메뉴를 시키는 손님이 80%를 넘었다”면서 “수족관 관리가 어렵고, 동선 등의 문제도 있다보니 해물탕을 제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개장 이후 는 말 그대로 상전벽해였다.

    홍 사장은 “(재개장) 전에는 지역 주민들도 잘 찾지 않고,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주로 오는 곳이었다”면서 “맛제주 6호점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지금은 성수기 기준 관광객 손님이 90%를 넘는 노형동 맛집이 됐다”고 설명했다.

    진미네식당은 하루에 정식 100개만을 판매한다. 음식이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현재 홍 사장은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 ▲ 맛제주 10주년 기념식에서 받은 금을 녹여 반지로 만들었다. 안쪽에 이부진 사장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이 함께 새겨져있다.ⓒ조현우 기자
    ▲ 맛제주 10주년 기념식에서 받은 금을 녹여 반지로 만들었다. 안쪽에 이부진 사장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이 함께 새겨져있다.ⓒ조현우 기자
    ◇ “이부진은 나의 수호신” … 금 반지에 새긴 인연

    힘들게 움켜쥔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2018년 직장암 판정을 받으면서 일상은 허물어졌다. 다행이 암 발견 당시에는 2기 정도로, 충분히 치료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제주에서 머물며 치료를 이어갔다.

    그러나 암이 전이가 되며 4기 판정을 받게되며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서울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홍 사장은 “제주 사는 사람이 서울 병원에 진료나 예약을 잡는 것은 비용이나 시간을 볼 때 쉽지가 않다”면서 “아무리 빨라도 입원까지 6개월이 넘게 걸린다는 이야기에 사실 포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다행히 서울삼성병원에 자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예약을 잡아 서울로 올라갔다.

    홍 사장은 힘겨웠던 투병 과정을 이야기하며 내내 눈물을 내비치기도 했다. 홍 사장은 “수개월간 열 두 번의 항암치료를 받고 덕분에 정말 다행히 암이 완치가 됐다”면서 “이부진 사장님이 완치를 축하한다는 편지도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 ▲ 홍 사장이 정식 메뉴를 조리하는 모습ⓒ홍수정 사장 제공
    ▲ 홍 사장이 정식 메뉴를 조리하는 모습ⓒ홍수정 사장 제공
    입원과 치료 등으로 인해 가게를 비운 기간은 9개월. 유명 맛집이라고 하더라도 1년에 가까운 기간을 닫게 되면 단골을 비롯한 손님들이 떠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맛제주를 통해 진미네식당을 도왔던 박 셰프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홍 사장은 자신이 있었다. 자신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제주에 내려온 홍 사장은 그날로 일주일 동안 밑반찬으로 쓸 김치를 담갔다.

    홍 사장은 “문을 열자마자 그날 바로 100개를 완판했다”면서 “사실 개인 식당이었으면 9개월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어서 이렇게까지 잘 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였으면 이렇게 될 수 있었겠나”면서 “모두 맛제주 (식당)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사장과 이부진 사장은 맛있는 제주 만들기 10주년 행사에서 만났다. 그 때 이부진 사장은 10주년을 기념해 감사패와 금 다섯 돈을 전달했다.

    홍 사장은 이 금을 녹여 반지로 만들었다. 반지 안쪽에는 자신의 이름과, 새로운 인생을 전력으로 지원해준 이부진 사장의 이름을 새겼다. 맛제주를 삶을 바꿔주고, 또 암을 이겨낼 수 있도록 치료해준 것이 삼성병원이어서다..

    홍 사장은 “이부진 사장님께 은혜를 갚는 것은 누가 되지 않게 (이 가게를) 열심히 하는 것”이라면서 “이 마음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고 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