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C, 내수 수요 등에 업고 최대 실적 경신성숙공정 중심 성장 가속 … 中 정부지원도K-반도체 위기로 … '기술력 앞선다'도 옛말
-
- ▲ SMIC 본사 전경 ⓒSMIC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가 내수 수요를 기반으로 실적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급화 전략 아래 성숙공정 중심의 생산능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수익성과 경쟁 구도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MIC는 최근 분기에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3분기 매출은 약 23억 8000만 달러(약 3조 3000억 원)로 전년 대비 9.7% 증가했고 순이익은 1억 9100만 달러(약 2700억 원)로 28.9% 늘었다.공장 가동률이 95%를 넘어서며 사실상 최대 수준에 이른 점도 주목된다.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 이후 중국 빅테크와 로컬 팹리스가 필수 부품 공급망을 내수 중심으로 돌리기 시작하면서 SMIC가 사실상 '중국형 파운드리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전장용 MCU(Microcontroller Unit), CIS(이미지센서) 등 주요 품목 출하량이 늘며 성숙공정 단가도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설비투자 속도는 더 빠르다. SMIC는 지난해에만 약 73억 달러(약 10조 2000억 원)를 투자했고 2020년 이후 누적 투자액은 300억 달러(약 42조 원)를 넘는다. 베이징·톈진·선전·상하이 등 주요 지역에서 신규 라인이 동시에 증설되면서 성숙공정 웨이퍼 투입량이 향후 2~3년 안에 현재보다 수십 퍼센트(%)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중국 정부가 '자립형 공급망'을 목표로 지방정부와 국부펀드를 통해 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만큼 속도 조절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숙공정 공급량이 급증하면 판가 하락이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성숙공정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업체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한국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과 DDR5 등 첨단 메모리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모바일 DDI, CIS, PMIC, 전력반도체 등 성숙공정 기반 제품 비중이 여전히 높다. 성숙공정 가격이 흔들릴 경우 첨단 메모리 호조만으로 전체 실적을 떠받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AI 특수가 업황을 지탱하고 있지만 성숙공정이 약해지면 생태계 자체가 흔들린다"는 경고가 이어진다.해외 애널리스트들도 중국발 공급 확대를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본다. 글로벌 반도체 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의 스라반 쿤도잘라(Sravan Kundojjala)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성숙공정 캐파가 이미 수요를 크게 초과한 상태"라며 "이 추세가 이어지면 글로벌 성숙공정 수익성이 올해 대비 20퍼센트 이상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싱가포르 금융그룹 DBS의 짐 오(Jim Au) 애널리스트도 "SMIC는 중국 반도체 내수화 전략의 핵심 기업"이라며 "성숙공정 수요 회복과 설비 확장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시장 가격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국내 기업들이 중국과 경쟁이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점도 또 다른 문제다. SMIC는 내수시장이라는 든든한 보호막 아래에서 고객사를 확보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미중 갈등과 수출통제 규제의 영향을 정면으로 받고있다. 중국 내 한국 팹은 장비 반입부터 제약이 많고 고객사 역시 미국 규제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해도 조건이 다르다는 의미다.결국 한국 반도체 산업은 AI 메모리 중심의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되 성숙공정 경쟁력과 공급망 다변화까지 동시에 챙겨야 하는 두가지 숙제를 모두 떠안고 있는 셈이다. SMIC의 성장세는 단기 실적 반등을 넘어 중국 정부의 장기 전략과 맞물린 구조적 변화다. 첨단과 성숙공정을 함께 강화하는 균형 전략이 없으면 내수로 성장하는 중국 기업과의 격차가 더 빠르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