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단가 급등에 보급형 모델 원가 한계 … 제조사 "저가폰 유지 어렵다"샤오미·리얼미 등 라인 축소·가격 인상 검토 … 신흥시장도 중가 중심 재편AI 시대 고사양 수요 폭증 … 스마트폰 시장 구조 자체가 프리미엄·중가로 이동
  • ▲ 광진구 구의역 인근 '샤오미 스토어 NC이스트폴점'에 전시된 샤오미 15T프로 제품.ⓒ이가영 기자
    ▲ 광진구 구의역 인근 '샤오미 스토어 NC이스트폴점'에 전시된 샤오미 15T프로 제품.ⓒ이가영 기자
    메모리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구조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보급형 제품군은 메모리 단가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제조원가가 급격히 불어나 수익성이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시장 점유율 확대의 핵심 축이었던 저가폰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조사 안팎에서 제기되는 분위기다.

    24일 반도체업계와 전자업계에 따르면 DDR5와 LPDDR5 계열 메모리 가격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AI 서버용과 고성능 PC용 수요가 몰리자 업계 전반의 생산능력이 고사양 제품으로 이동했고 그 여파가 모바일 메모리 공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유통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며 범용 제품까지 가격 상승 흐름에 동참해 보급형 스마트폰 제조사의 원가 구조가 급속히 악화됐다.

    제조사 내부에서는 메모리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더 이상의 흡수가 어렵다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동안 저가폰의 가격 경쟁력은 낮은 구성비와 규모의 경제에 기반해 유지돼 왔지만 최근 메모리 가격이 크게 변동하면서 이런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보급형 모델은 부품비 인상이 곧바로 마진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 상황을 버티기 어렵다"며 "제조사가 이 같은 상황을 흡수할 여지가 거의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압박은 제조사의 전략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샤오미, 리얼미, 비보 등 주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는 이미 일부 라인을 축소하거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유지해왔던 저가 라인업이 오히려 손실 요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 사이에서는 '저가폰은 더 이상 수익 모델이 아니다'라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판매 위축과 마진 악화가 겹치며 신제품 출시를 미루거나 라인 자체를 접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급형 모델 수요가 강했던 인도와 동남아 시장에서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이 지역은 150달러 이하 제품 비중이 여전히 높은 대표적인 보급형 시장이지만 최근 출하량 통계에서는 저가 제품군의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났다. 가격 인상 우려에 수요가 일시적으로 뒤로 밀리면서 제조사와 유통망 모두 보급형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시장에서는 중·고가 라인업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바텀업(bottom-up)' 전환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시장 전반의 공급망 변화도 거세지고 있다. AI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고사양 중심의 부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제조사들은 고성능 이미지센서, 온디바이스 AI 연산 칩, 대용량 메모리 등 프리미엄 요소를 중심으로 생산 비중을 조정하는 분위기다. 자연히 저가 라인업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데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제한된 생산능력을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런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글로벌 스마트폰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시장을 떠받쳐온 보급형 중심 성장 모델이 흔들리고 프리미엄과 중가 제품으로 라인업이 단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메모리 가격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조사들이 저가폰 전략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