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미국 관세 피해 유럽으로CATL 공장 헝가리 내년 본격 가동· 스페인 기공식K-배터리사 위협 … 삼성SDI 증설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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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SDI 헝가리 괴드 공장 전경.ⓒ삼성SDI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유럽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은 주요국들이 보조금을 재도입하고 탄소배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배터리 시장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한국 배터리 업계에서는 기존 유럽 고객사들이 CATL로 이탈할 수 있다는 긴장감 마저 감돌고 있다.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사들의 해외 공략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지난달 28일 배터리 제조업체들과 고위급 회의를 열고, 자국 내 과도한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생산량 모니터링과 품질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 진출을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9월 기준 중국 내 EV 배터리 설치량에서 CATL은 42.81%, BYD는 21.07%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CATL은 미국 시장에서 제약을 받자 유럽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CATL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스페인 아라곤에서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 공장은 연간 50GWh 규모의 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으로, 이는 전기차 약 70만~10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26년 말 부분 가동을 시작해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 41억 유로(약 6조 원)가 투자된다. EU로부터는 3억 유로의 지원금도 확보했다. CATL은 현지 노동자 4000명을 훈련해 투입하고 장기적으로 중국인 직원 비중을 10% 이하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유럽 투자가 확대되자, EU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기업을 겨냥해 시장 진입 시 기술 이전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움직임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CATL의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도 내년 초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총 73억 유로가 투입된 이 공장은 연간 100GWh 규모로 CATL의 최대 해외 생산 거점이 될 전망이다. CATL은 이미 독일에도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인데 이곳도 증설할 계획이다.CATL의 기술력 또한 한국 배터리사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 쩡위췬 CATL 회장은 지난달 열린 '2025 세계전력배터리대회'에서 5세대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5세대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수명, 출력 등에서 4세대 제품을 압도하는 성능을 보이고 있다"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했다. 현재 배터리3사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만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 상황에서 기술력 차이는 점유율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3.3%포인트(p) 하락한 16.9%한 반면 CATL은 36.6%로 1위를 기록했다.모건스탠리는 9월 보고서에서 CATL이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 확대를 달성했다고 평가하며, 향후 유럽 시장에서 CATL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국내 배터리사들도 유럽 공략에 힘을 쏟고 있지만 중국의 공세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이 유럽 공장에서 본격 가동하기 위해 숙련 인력 확보 등 일정 부분 과제가 남아 있어 당장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협이 될 것"이라며 "유럽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 배터리사 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을,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SDI는 헝가리 1·2공장에 생산 능력을 늘리는 증설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은 이미 수주한 중저가 EV용 LFP와 고전압 미드니켈, ESS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해 올해 대비 의미 있는 매출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연내 폴란드에서 첫 EV용 LFP 배터리를 양산하고 일부 EV 라인을 ESS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에코프로도 헝가리에서 양극재 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연간 전기차 약 60만 대분에 해당하는 5만40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NCA·NCM 등 삼원계 양극재를 비롯해 향후 미드니켈과 LFP 양극재도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능력은 장기적으로 연 10만8000톤까지 확대할 방침이다.정부 역시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을 통해 뒷받침한다. 2029년까지 약 2800억 원을 투입해 전고체·리튬금속·리튬황 등 차세대 기술을 포괄하는 ‘2035 이차전지 기술로드맵’을 연내 수립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