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320 계열 80대 중 대상 기종 42대 업데이트 완료소프트웨어·항전장비 데이터 오류 가능성 제기된 '예방 리콜'A320 비중 높은 항공사, 항공사 통합 이후 기단 운영 부담↑
  • ▲ 에어버스 A320 ⓒ뉴데일리 서성진 기자
    ▲ 에어버스 A320 ⓒ뉴데일리 서성진 기자

    에어버스 A320 시리즈에 대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조치가 국내에서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대규모 결항 사태 없이 일단락됐다. 이번 조치는 기계적 결함이 아닌 소프트웨어·항전장비 데이터 오류 가능성에서 비롯됐다. 국내에서는 A320 계열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대한항공이 내년 통합 항공사 출범과 맞물려 정비·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에어버스 A320 계열 기단은 총 80대, 이 중 42대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대상이었다. 항공사들은 11월 29일까지 대부분 기체에 대한 패치를 마쳐 젯스타·제트블루 등 일부 해외 사례와 달리 국내에서는 눈에 띄는 운항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국토부도 감항지시(AD) 직후 항공사별 기단 현황과 업데이트 계획을 점검하고 야간 정비 승인과 정비 슬롯 조정을 지원해 조치를 신속히 진행했다.

    이번 조치는 기체 구조나 엔진의 물리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항전장비 내부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태양활동 증가 등 외부 요인에 따른 ‘비트 플립(bit flip)’형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럽항공안전청(EASA)과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예방 차원의 소프트웨어 리콜을 발령했다. 항공사들은 항전장비 소프트웨어 패치와 일부 장비 교체를 통해 위험 요인을 사전에 차단했다.

    에어버스 A320을 보유한 국내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 24대 ▲에어부산 21대 ▲대한항공 18대 ▲에어로케이 9대 ▲에어서울 6대 ▲파라타항공 2대 등 총 6곳이다. 이 가운데 리콜 대상은 42대로, 아시아나항공 17대, 에어부산 11대, 에어서울 1대 등 아시아나 계열 항공사가 29대를 차지해 전체의 70%에 육박했다. 대한항공은 10대, 에어로케이는 3대가 대상이었다. A320·A321 계열을 중·단거리 주력 기단으로 운영해 온 아시아나 계열에 정비·운항 관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작업(PMI)도 변수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2026년 말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목표로 아시아나와 조직·브랜드·기단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며, 아시아나 계열 에어부산·에어서울과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를 하나의 LCC로 묶는 재편 구도도 논의되고 있다.

    통합이 완료되면 양사 기단은 협동체·광동체를 합쳐 220대 안팎 규모의 단일 국적항공사로 재편된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 측 A320·A321 계열을 어느 범위까지 유지할지, 대한항공이 대규모로 도입 중인 A321neo와 어떻게 조합할지가 기단 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협동체 비중이 큰 그룹에서 정비 리스크가 발생하면 통합 항공사 전체 운항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A320neo에서 사용되는 프랫앤드휘트니(PW) PW1100G 계열 엔진에 대한 조기점검 프로그램이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프랫앤드휘트니 모회사인 RTX는 2023~2026년 사이 전 세계 수백 대 엔진을 분해·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A320neo 기단을 보유한 항공사의 경우 엔진 점검과 소프트웨어 패치 등 디지털 기반 점검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 인력과 예비기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LCC들은 이런 점검 이슈가 잦아질 경우 스케줄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A320 계열은 국내선·중거리 노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재 가운데 하나라서 정비 변수가 생기면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와 항전장비까지 포함한 디지털 정비 역량이 앞으로는 안전과 수익성을 동시에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