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H200 공급 승인" … 韓 HBM3E 물량 확대 여부 촉각25% 부담금 변수·中 자체 칩 개발 가속 … 수혜 제한 가능성도삼성·SK, HBM 공급망 확장 기대 속 생산 여력 제약 '이중 변수'
  • ▲ 삼성전자의 36GB 12단 HBM3Eⓒ삼성전자
    ▲ 삼성전자의 36GB 12단 HBM3Eⓒ삼성전자
    미국이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H200'의 중국 공급을 제한적 조건 아래 풀기로 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긴장 속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향 HBM3E 공급망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든다. 다만 H200 판매액의 2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조건이 제시되면서 HBM 단가 압박이 커질 수 있고, 국내 업체가 체감할 수 있는 수혜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엔비디아가 중국을 비롯한 일부 승인 국가 고객에게 H200 공급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판매액의 25%가 미국 정부로 귀속돼 제조업 강화에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대중 수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메시지다.

    엔비디아는 지금까지 규제에 묶여 성능이 크게 낮춘 'H20'만 중국에 판매해왔다. 성능이 H20의 2배 이상인 H200이 공급될 경우 엔비디아의 매출 여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국내 업체들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200에는 5세대 HBM3E 6개가 탑재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주요 빅테크가 대규모 구매에 나설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특히 최근 엔비디아의 HBM3E 공급망에 합류한 삼성전자는 수혜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기대감만큼 결과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론도 적지 않다. 중국 내 AI 칩 자급화 흐름이 빨라지는 데다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 칩 주문을 통제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최근 엔비디아 H20 신규 주문 중단을 지시한 바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내년 HBM 생산량을 대부분 소화한 상태로 단기간에 H200 물량을 대폭 늘리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도 있다. 더불어 엔비디아가 H200 판매액의 2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만큼, 이 비용이 HBM 단가로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BM은 AI 칩 가격 구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엔비디아가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중국향 최신 칩 출하가 일부 국내 메모리 업체의 공급 확대로 이어질 여지는 있다"면서도 "대형 고객들의 HBM 수요는 이미 팽창한 상황이고, 시장이 6세대 HBM4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만큼 기대할 수 있는 실익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