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 시총 155.3조 … 연초 대비 96% 증가조선업 슈퍼사이클 및 계열사 간 합병 시너지 효과 마스가 수혜 기대 … 해외 특수선·방산 먹거리 확대정기선 회장, 사업 재편으로 HD현대 성장 밑그림
-
- ▲ 정기선 HD현대 회장 ⓒHD현대
올해 들어 그룹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하거나 100조 원에 근접한 대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을 포함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전기차·에너지·인공지능(AI) 등 신사업 성과가 시장 평가에 빠르게 반영된 결과다. 사업 추진 속도와 실행력의 차이가 기업가치에 직접 반영되며 그룹 간 격차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연초 대비 시총 증가율이 크게 나타난 그룹들을 중심으로 젊은 리더들이 어떤 전략과 의사결정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HD현대그룹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두 배에 가까이 증가하면서 4위 LG그룹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올해 조선업황이 살아나며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가운데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1년 새 그룹 시총 96%↑… 호실적·합병 효과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종가 기준 HD현대 상장 계열사 9곳의 시가총액 총합은 155조393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첫 거래일(79조2896억 원)과 비교했을 때 96.0% 증가한 수준으로, 11개월 만에 시가총액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HD현대그룹의 주가 상승 배경엔 2000년대 중반 슈퍼사이클을 연상케 하는 조선업 호황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업 대호황기였던 2007년 이후 최대 컨테이너선 수주 실적을 거두면서 실적과 주가가 모두 개선됐다는 분석이다.실제 HD현대는 올해 글로벌경제 호황기로 물동량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07년(79만3473TEU) 이후 가장 많은 규모의 컨테이너선 수주 실적을 거뒀다. 올해 총 72만TEU 규모(69척)의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며 국내 조선업체 중 가장 많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특히 핵심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 상승이 그룹 시총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 12일 기준 HD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0% 오른 57만3000원에 마감, 연초(28만9000) 대비 98.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0조 원대에서 50조8670억 원으로 늘었다.HD현대중공업의 경우 최근 HD현대미포와의 합병을 완료, 통합법인으로 거듭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호실적과 더불어 계열사 간 합병 시너지 효과 맞물린 셈이다. HD현대미포가 HD현대중공업에 흡수 합병되는 방식으로, 통합을 통해 설계·연구개발(R&D)·생산 역량을 일원화하고, 글로벌 발주 재편에 대응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실제 HD현대미포의 경우 중소형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수리(MRO) 사업에 특화됐다. HD현대미포의 역량을 흡수할 경우 기존 HD현대중공업이 다루던 대형 함정 외에 중형급 함정 및 MRO 시장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이밖에 양사 R&D 및 설계 역량을 결집해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규모 확장을 넘어 HD현대그룹 조선업의 질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 ▲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HD현대중공업
◆ 37년 만의 오너 경영 체제 … 사업 재편 탄력 생겨HD현대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수혜도 톡톡히 보고 있다. 미국 내 생산·건조 생태계에 직접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방산·특수선·친환경 선박 중심의 '미래 조선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실제 마스가 프로젝트에 따라 건조되는 미국 함정은 한국에서 제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발표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선 "한국 내에서의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한다"라고 명시했다.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수리를 금지하는 '반스-톨레프슨법'을 시행 중인 만큼, 이른 시일 내 해군 함정과 상업용 선박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HD현대는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을 기반으로 미국 마스가 프로젝트를 포함한 해군 함정 분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5년까지 방산 매출을 현재 대비 약 10배 수준인 10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이에 힘입어 HD현대는 최근 2035년 매출 37조 원을 달성해 세계 1위 조선사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과 일본이 자국 1·2위 조선사 간 합병을 완료하며 글로벌 선박 건조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경쟁력을 잃지 않겠다는 포부로 읽힌다.업계에선 오너 3세 정기선 회장의 취임으로 HD현대의 사업 재편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지난 10월 17일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HD현대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HD현대는 지난 1988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현대중공업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를 갖추게 됐다.정 회장은 회장 취임 전부터 굵직한 사업 재편과 신사업 육성을 주도하며 그룹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 왔다. 현재 그룹 핵심 계열사로 도약한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했고, 2020년에는 자율 운항 전문 계열사 아비커스를 출범시키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또 수석부회장 시절에는 베트남 두산비나와 HD현대마린엔진(대표 강영) 인수를 최종 완성하며 조선·엔진·기계 밸류체인을 구축했으며,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을 진두지휘했다.내년에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HD건설기계'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건설기계 분야 핵심 계열사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정기선 회장은 "지금이 우리 그룹의 변화와 도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주력 사업들이 직면한 엄중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리더들부터 HD현대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그룹의 미래를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