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10대사 해외 미청구공사 3조28억…현대·현대ENG 順코로나·러우전쟁 여파 원가 상승…발주처 의견차로 미수금↑저가수주 사업장 직격타…'해외수주 500억불' 부메랑 우려도
  • ▲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 현장. ⓒ현대건설
    ▲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 현장. ⓒ현대건설
    건설업계가 올해 해외수주 500억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해외프로젝트 특성상 수주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는데다 공사비 미회수 등 리스크도 적잖아 축포를 터뜨리긴 이른 상황이다. 특히 건설사가 공사를 하고도 발주처로부터 아직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재무부담 가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0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분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관련 미청구공사액은 3조28억원에 달했다.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건설(별도)이 1조248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건설 경우 파나마 메트로 3호선 2410억원, 베트남 꽝짝 화력발전소 2120억원 등의 미청구공사액이 컸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 8570억원 △삼성물산 건설부문 3817억원 △대우건설 3325억원 순으로 많았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를 수행한 뒤 발주처에 아직 청구하지 못한 공사대금을 말한다. 공정률 인식 차이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할 경우 손실로 잡히게 된다. 이미 발주처에 청구를 했지만 아직 받지 못한 공사미수금보다 '미회수 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주로 토목과 플랜트 부문 대형 프로젝트에서 건설사와 발주처간 의견 차이로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자재값이 뛰고 원가 투입이 늘면서 그에 따른 미청구공사액도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례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연초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플랜트사업에서 원가 상승과 미청구공사 증가 여파로 1조2000억원가량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건설사들의 해외수주가 활발했다는 의미로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러우 전쟁에 따른 자재값 상승으로 발주처와 공사비 관련 의견차가 생기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이처럼 미청구공사 등 미수금이 적잖게 쌓여있는 만큼 잇단 해외프로젝트 수주를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통계를 보면 11월말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누적 해외수주 계약액은 446억달러로 전년동기 327억달러대비 36.4% 늘었다. 연말 추가수주 여부에 따라 정부 목표인 500억달러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특히 중동과 동남아시아 관련 해외사업은 저가수주와 그로 인한 저마진 문제가 빈번하다"며 "저가로 수주한 사업장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발주처와의 분쟁이 잦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최근 건설사들이 수주한 프로젝트들은 원가 상승분을 일정부분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청구공사나 미수금 문제도 비교적 덜할 것"이라며 "유럽이나 북미 등으로 수주 영역을 넓히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중동 산유국들의 발주 감소와 프로젝트 지연, 미청구공사 증가 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건협 관계자는 "석유수출기구(OPEC)의 점진적인 원유 감산 조치 해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유 생산 확대 기조, 선진국 및 중국 경제성장 둔화 여파로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 경우 산유국, 특히 중동국가들의 재정 여건이 악화돼 해외건설공사 발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