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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소아청소년 의료 위기를 잠시 모면하려는 미봉책이 아니라 구조 전환"이라며 현 소아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재설계를 촉구했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가 새해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 의료 현장에서는 근심과 걱정이 앞선다"며 "이는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돼 온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연말 반복된 소아 응급실 '뺑뺑이' 사태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는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이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다시 충분히 배출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공백의 시간을 외면한 채 미래 인력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래 일해주기를 바란다면,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 소아의료를 떠받치고 있는 숙련된 의료진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최 회장은 "수십 년간 아이들을 진료해 온 이른바 '늙은 의사들'은 결코 무한한 인력이 아니다"라며 "이들은 오랜 임상 경험과 판단을 축적한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자 현재 소아청소년 의료 체계를 실제로 지탱하는 마지막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이들을 보호하기보다 야간·주말·응급 진료 부담을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한 채 소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청소년 의료의 구조 전환이란 새로운 인력을 유입하는 문제 이전에 지금 현장을 지키고 있는 숙련된 의료진을 아껴 쓰고, 지켜내고,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평가를 내놨다. 최 회장은 "조례 제정, 달빛어린이병원 추가 지정, 소아의료 혜택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이 발표됐지만 정책의 '존재'만으로 소아의료 공백이 해소됐다고 말할 수 있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책이 충분히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었다면 소아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반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과제로는 달빛어린이병원의 기능적 개편과 소아 지역협력체계 시범사업의 본 사업화를 제시했다. 아울러 김윤 의원이 발의한 '어린이 건강 기본법안' 제정을 통해 소아청소년 의료를 단기 사업이 아닌 국가 책임의 필수 공공의료 영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 법안은 소아청소년을 단순한 의료 이용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독립된 건강 주체로 규정하는 법적 기반"이라며 "지역 필수의료 체계 안에서 소아청소년 의료를 안정적으로 설계·지원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용재 회장은 신년사 말미에서 "미래 인력을 기다리는 동안 현재 인력을 소진시키는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라며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책임 있게 전달하고 소아청소년 지역 필수의료의 구조 전환이 실현될 수 있도록 끝까지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