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 무료취소 구조에 칼 뽑아한화·소노 “예약은 선택 아닌 계약”예약 주도권, 소비자에서 호텔로 이동
  • ▲ 한화리조트는 오는 3월1일부터 여수 벨메르를 포함한 전국 리조트·호텔 전 지역을 대상으로 임박 취소 및 노쇼 위약금 규정을 변경한다. ⓒ한화리조트 홈페이지
    ▲ 한화리조트는 오는 3월1일부터 여수 벨메르를 포함한 전국 리조트·호텔 전 지역을 대상으로 임박 취소 및 노쇼 위약금 규정을 변경한다. ⓒ한화리조트 홈페이지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국내 호텔·리조트 업계가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노쇼(no-show)’로 인한 피해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특히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를 중심으로 무료 취소 기능이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복수 예약 후 임박 취소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는 사례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형 호텔·리조트 기업들이 위약금 규정을 대폭 강화하며 예약 질서 재정립에 나섰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리조트는 오는 3월1일부터 여수 벨메르를 포함한 전국 리조트·호텔 전 지역을 대상으로 임박 취소 및 노쇼 위약금 규정을 변경한다. 

    기존에는 당일 취소나 노쇼 발생 시 객실 요금의 80%를 위약금으로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100% 전액 부담으로 상향된다. 사실상 항공권과 동일한 수준의 강도다.

    주말과 공휴일 전일에 대한 규정도 한층 촘촘해졌다. 

    금요일과 토요일, 공휴일 전날 투숙의 경우 기존에는 비교적 완화됐던 취소 규정을 손질해, 이용일 3~4일 전에 취소하더라도 객실 요금의 50%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신규 조항을 도입했다. 성수기와 비수기를 불문하고 예약 확정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한화리조트 내부 공지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단순한 요율 조정이 아니라 ‘임박 취소와 노쇼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실제 이용을 원하는 고객에게 더 많은 예약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객실이 남아 있어도 임박 취소로 재판매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위약금 강화는 수익 방어 수단이자 운영 안정 장치라는 판단이다.

    소노호텔앤리조트 역시 지난해 말부터 예약 정책을 전면 개편했다. 

    르네블루 바이 쏠비치, 한 바이 소노, 파나크 영덕 등 주요 호텔을 대상으로 기존의 ‘이용일 8일 전 결제 또는 현장 결제’ 방식을 폐지하고, 예약과 동시에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로 바꿨다. 예약 진입 장벽을 높여 충동 예약과 무책임한 취소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위약금 규정도 대폭 강화됐다. 

    과거에는 비수기 주중의 경우 이용일 2일 전까지 취소하면 위약금이 없었지만, 개편 이후에는 성수기·비수기를 막론하고 임박 취소 시 단계별 위약금이 부과된다. 특히 당일 취소나 노쇼 발생 시에는 객실 요금의 100%를 부담해야 한다. 

    소노호텔앤리조트는 “객실 공급의 안정성과 공정한 예약 환경 조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변화의 본질이 단순한 노쇼 방지에 있지 않다고 본다. 예약의 주도권이 소비자에서 호텔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OTA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는 ‘일단 잡아두고 보자’는 예약 행태가 용인돼 왔다. 무료 취소 버튼이 과도하게 전면 배치되고, 복수 예약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었던 탓에 호텔은 빈 객실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노쇼의 진짜 원인은 일부 고객의 무책임함보다 플랫폼 구조에 있다”며 “플랫폼이 만들어낸 취소 리스크를 호텔이 감내해온 시간이 길었고, 이제는 그 비용을 더 이상 내부에서 흡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위약금 강화는 고객과의 갈등을 키우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왜곡된 예약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향후 멤버십 고객과 일반 고객 간 규정 차별, 공식몰과 OTA 예약 조건 분리 등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