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루빈' 앞두고 HBM4 막판 검증 … 장비 투자 다시 가동SK하이닉스, 97억원 TC 본더 발주로 후공정 증설 신호탄특허 분쟁 속 한미·한화 재격돌 … TC 본더 경쟁력 시험대 오른다
  • ▲ 한미반도체 HBM4용 TC 본더4ⓒ한미반도체
    ▲ 한미반도체 HBM4용 TC 본더4ⓒ한미반도체
    차세대 AI 반도체 주도권을 둘러싼 HBM4 경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후공정 핵심 장비인 TC 본더를 둘러싼 장비 업체들의 수주전도 재점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차세대 GPU '루빈(Rubin)'에 탑재될 HBM4 양산을 앞두고 막바지 검증에 돌입한 가운데 한동안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TC 본더 발주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한미반도체와 약 97억원 규모의 HBM 제조용 열압착(TC) 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장비 투자를 재개했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96억5000만원로 납기는 오는 4월 1일까지다. 업계에서는 TC 본더 1대당 가격이 30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해 이번 계약 물량을 3대 내외로 보고 있다. 해당 장비는 현재 주력 제품인 HBM3E는 물론 올해부터 본격 양산이 예상되는 6세대 HBM4까지 대응 가능한 사양이다.

    이번 발주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사실상 멈춰 있던 SK하이닉스의 TC 본더 투자가 다시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3E 12단 공정까지 한미반도체 장비를 전량 사용해 왔으나 이후 한화세미텍을 신규 협력사로 추가하며 공급망 이원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장비 업체 간 조율과 투자 속도 조절이 맞물리며 하반기 발주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HBM4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다시 달라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엔비디아에 대량의 유상 샘플을 공급해 왔으며 현재는 최적화 테스트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올해 공개할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 플랫폼에 HBM4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 능력 확대 압박도 커지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TC 본더는 다시 한 번 전략적 장비로 부상했다. TC 본더는 여러 장의 D램을 고온·고압으로 정밀 접합하는 HBM 적층 공정의 핵심 장비로 수율과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적층 단수가 늘어나는 HBM4 이후 세대에서는 공정 안정성과 정밀 제어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한미반도체는 현재 HBM용 TC 본더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업체다. MR-MUF와 NCF 등 주요 HBM 공정에 대응하는 원천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으며 HBM4 대응 장비인 'TC 본더 4'의 양산 체제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전문가를 영입하며 기술·영업 조직을 동시에 강화하는 등 차세대 수주를 염두에 둔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인 한화세미텍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 SK하이닉스가 장비 이원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한미반도체에 이어 한화세미텍에도 유사한 규모의 발주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양사가 TC 본더 핵심 기술을 둘러싸고 특허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법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SK하이닉스가 제3의 공급처를 병행 활용하는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평택과 기존 팹의 재구조화를 통해 HBM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HBM4 양산 시점이 다가올수록 후공정 장비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4부터는 메모리 성능 경쟁이 곧 장비 경쟁으로 직결된다"며 "TC 본더를 둘러싼 한미·한화 간 경쟁은 단순한 수주 싸움을 넘어 차세대 HBM 주도권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