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물보안법 통과로 中 의존도 흔들어韓 CDMO, 메릴랜드-뉴저지-뉴욕서 생산거점 확보'대체 파트너' 부상했으나, 과한 '반사이익' 기대감은 경계"선점 경쟁 속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이미지 먼저 구축"
-
- ▲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로 미·중 바이오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3사가 미국 현지 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안정적 생산 가능 여부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다만 중국 바이오기업의 빈자리를 노리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이미지 구축이 먼저라는 지적이다.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산업의 국가안보와 기술 보호를 위해 발의된 법안인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지난해 말 제정됐다.이 법안은 '우려 기업(biotechnology companies of concern)'과 관련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연방 조달·보조금 제한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법안은 앞서 통과되지 못한 바이오시큐어법을 수정한 것이다. 이전 법안은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 △BGI그룹 △MGI △컴플리트지노믹스 등 중국 기업 5개사를 명시해 논란을 일으켰다.수정된 법안은 기존 국방부 목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현재 목록에는 유전자검사업체 BGI그룹과 자회사 MGI테크가 포함됐으나, 바이오 CDMO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우시 계열사들은 명시적으로 제외됐다.하지만 우시 계열사가 명시적으로 목록에서 빠졌다고 해서 리스크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국방부는 올해 초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우시앱텍이 중국 군대를 지원하면서 미국 내 사업을 진행한다고 경고했다.그간 미국에서는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 비중이 높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 사용되는 의약품 4분의 1이 개발과정에서 우시앱텍이 관여한다고 보도했다. 우시앱텍 매출의 65%가 미국에서 나온다.또 미국 바이오협회(BIO)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중국 CDMO의 영향력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124개 미국 내 바이오·제약기업 중 79%가 최소 1개 이상 중국 CDMO·CMO(위탁생산)기업과 계약을 맺고 있었다.법안은 제약사들에게 전환 시간을 주기 위해 5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이미 우려 기업과 계약을 맺은 기업들은 5년간 사업을 조정할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법안이 향후 5년간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의 대대적인 재편을 촉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여기에 더해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다지역 임상에서 미국 환자 비중이 지나치게 낮으면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어 임상 속도가 빠른 중국 중심 개발전략만으로는 미국 허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이에 한국 바이오 CDMO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가장 눈에 띄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2억8000만달러(약 4147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내 첫 생산거점을 공식화했다.록빌 생산시설은 메릴랜드주 바이오 클러스터 중심지에 있는 총 6만ℓ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공장으로, 두 개의 제조동으로 구성됐다. 임상 단계에서 상업생산까지 다양한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당 시설을 인수함으로써 기존 생산제품에 대한 계약을 승계하며 대규모 CMO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현지 인력 500여명 전원을 고용 승계해 운영 안정성을 확보했으며 중장기 수요와 가동 상황을 고려해 생산능력 확대 등 추가 투자도 검토할 방침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현지 생산기지 확보는 '신의 한 수'"라며 "미국 규제로 퇴출 위기에 처한 중국 기업들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메가 생산체제'의 후보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
- ▲ 셀트리온이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Branchburg)에 위치한 생산시설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셀트리온
셀트리온 역시 미국 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CDMO 확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말 일라이 릴리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소재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이전을 마무리했다. 릴리로부터 위탁받은 4억7300만달러(약 6787억원) 규모의 의약품 CMO도 본격 시작했다.셀트리온은 5개월 만에 전략적 판단과 신속한 실행력으로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미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에 부합해 가동 중인 생산시설을 인수함으로써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 기간을 단축하고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셀트리온 측은 "관세 리스크의 구조적 탈피, 생산거점 다변화를 통한 지정학적 불확실성 완화 등 효과를 거두게 됐다"며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의 영향력도 빠르게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롯데바이오로직스는 비교적 빨리 미국 실물 공장을 확보했다. 2023년 미국 뉴욕주 이스트시러큐스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1억6000만달러에 인수해 북미 운영 허브로 삼으며 사업을 시작했다.해당 캠퍼스는 총 4만ℓ의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BMS 출신 설비라는 점에서 품질 신뢰도 확보는 물론, 북미 고객 확보의 교두보로도 기능하고 있다.김현수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정책개발실장은 "특정 국가의 배제보다 어떤 국가가 신뢰할만한 대체 파트너로 인정받느냐가 핵심"이라며 "그 인식을 만들어간다면 한국에도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일각에서는 반사이익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경쟁은 진정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시선이다.한국바이오협회는 '2026 바이오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의약품 관세, 약가인하정책과 생물보안법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기업간 경쟁 구도가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중국이 차지하던 시장 공백을 두고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 일본, 유럽 기업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인도의 경우 낮은 R&D 비용과 숙련된 인력을 기반으로 바이오 CDMO분야 외연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DS·제네릭 강국이라는 기반까지 더해져 가격경쟁력이 두드러진다.일본은 정부 지원 아래 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등 일본 CDMO기업들은 생산능력 확장과 제품군 확보를 통해 국내 CDMO기업의 직접적 경쟁자로 부상했다.박정인 덕성여대 AI DynaInfo연구소 연구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핵심 이유는 가격이나 생산량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며 "이변 변화를 중국이 빠지는 단기적 수주 기회로만 인식하지 말고 신뢰받을 수 있는 체계의 고도화, 기술경쟁력 확보, 글로벌 신뢰를 도모할 '기회의 창'이 열린 순간으로 여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