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급증에 등골 휘는 '가낳지모' 집사들 … 표준수가제 부재에 보험업계 '냉랭'실손 보장 대신 틈새 특약 '변죽' … 수익성 악화로 판매 중단한 곳도
  • ▲ 반려동물(펫)보험이 동력을 잃으면서 '가낳지모'가 1500만 반려인들의 현실이 되고 있다. ⓒ제미나이
    ▲ 반려동물(펫)보험이 동력을 잃으면서 '가낳지모'가 1500만 반려인들의 현실이 되고 있다. ⓒ제미나이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모신다"는 이른바 '가낳지모'가 1500만 반려인의 현실이 되고 있다. 반려동물 연평균 치료비는 100만원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를 덜어줄 펫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다. 수요는 늘고 비용은 급등하는데 보험은 확산되지 않는 시장의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 의료비 2배 껑충 … 펫보험 가입률은 1%대

    의료비가 오르면서 양육비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 결과 (동물병원 3950개소·20개 항목 대상) 지난해 9개 항목의 진료비가 전년보다 인상됐다. 방사선 검사비(8.3%), 상담료(6.5%)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기간 반려동물 관리비 상승률(2.5%)도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1%)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경영연구소의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가구의 2025년 기준 연평균 반려동물 치료비는 102만 7000원으로 2023년(57만 7000원)보다 2배 증가했다. 치료비를 지출한 반려가구로만 보면 평균 비용은 146만3000원까지 치솟는다. 2년새(2023년 78만7000원) 86% 증가했다. 주기적으로 반려동물 건강검진을 진행하는 가구도 34.4%에 달했다. 반려동물 양육비로 월 25만원 이상 지출하는 가구의 비중도 20.6%로 2023년보다 5%p(포인트) 늘었다. 

    ‘펫 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ization·반려동물의 가족화)’ 현상이 확산하면서 고가의 진료를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펫보험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1%대에 머물러 있다. 스웨덴 40%, 영국 25%, 일본 6% 등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 표준수가제 도입 '깜깜' … 정책 동력 상실에 보험업계 '냉랭'

    보험업계가 펫보험 활성화를 주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론 '동물병원 표준수가제'의 부재가 꼽힌다. 반려동물 진료는 아직 진료명·진료 방법이 표준화돼 있지 않다 보니 진료비가 들쑥날쑥하다. 보험사로서는 손해율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동물병원 3950개소의 최고 진찰료는 6만1000원으로 최저 진찰료(1000원)의 61배에 달했다. 상담료의 편차는 더 컸다. 최고 비용이 11만원으로 최저비용(1000원)과 무려 110배 차이다.

    이같은 상황에 정부도 진료비 표준화 등에 나서고 있지만, 진척이 더디다. 펫보험 활성화는 전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부터 금융위는 유관 기관(2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보험개발원, 손해보험협회, 수의사협회, 반려동물경제인협회, 한국소비자연맹, 신용정보원) 등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바 있다. 

    현 정부도 지난 대선 당시 동물병원 공익형 표준수가제 등을 도입해 한국을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과거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되었던 부분이라 현재는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며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펫보험 활성화 개편안도 발목을 잡고 있다. 치료비 보장 비율 70% 이하 제한 및 최소 자기부담금 등을 강제하면서 실질적인 의료비 담보보다는 무지개다리위로금 및 개물림사고 등 특약 확장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상품 구조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보험사들조차 펫보험을 수익 모델이 아닌 '브랜드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을 떠나는 곳도 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let:safe 펫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도 손해율이 100% 넘어선 펫보험들의 판매가 중단된 적 있다. 

    업계 관계자는 "표준수가제는 전 정부의 정책 공약으로도 도입이 힘들었기 때문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펫보험)출시 예정이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특약에 의존해 유지하고 있다"며 "보장 한도 등 본질인 의료비 부분은 정해져있기 때문에 다 똑같고, 각 사별 펫보험 차이는 특약 뿐인 상황에서 가입률 2%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