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서 이란-러시아 연합 군사훈련국내 정유업계 해협 봉쇄 가능성에 수급 차질 우려석화업계 유가 상승 따른 원가 부담 등 실적 악화 요인
  • ▲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 중인 대형 컨테이너선과 화물선ⓒAP/뉴시스
    ▲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 중인 대형 컨테이너선과 화물선ⓒAP/뉴시스
    정유업계가 미국과 이란 간 전운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 가운데 중동산 비중이 약 70%에 달하고, 이 물량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약 200일분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 수급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0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핵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군사적 긴장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했고,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에서 러시아와 연합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핵 포기 협상 시한을 최대 10~15일로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WSJ은 현재 미군이 중동에 집결시킨 공군력이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그동안 자국 핵 활동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여기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 유가는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5%,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국제유가는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9일(현지 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1.66달러로 전장 대비 1.9% 올랐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 종가도 전장 대비 1.9% 오른 배럴당 66.43달러로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사태 장기화 여부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양국의 공격이 장기간 지속되는 전면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놨다. 우리나라는 원유·가스 소비 세계 9위 수준이지만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에 가장 민감한 상황이다.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원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비축유로 단기 대응에 나서면서도 대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 11월 말 기준 1억 배럴(공동비축 제외)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추가 외부 도입 없이 7개월(약 200일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있지만 비축유가 있어 당장 급격한 수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긴장 상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정유사들도 공급망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 ▲ 러-이란 합동 해상훈련ⓒ연합뉴스
    ▲ 러-이란 합동 해상훈련ⓒ연합뉴스
    유가 상승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이란이 2011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했을 당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한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정제마진 강세로 이어지며 정유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원유에서 정제한 나프타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 업계와 LPG 업계는 우려가 크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 확대와 단기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등으로 실적 악화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제 정세 불안은 상시 변수인 만큼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LPG 업계 관계자 역시 “LPG를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제 LPG 가격도 함께 상승할 수 있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전날 한국가스공사 LNG생산기지와 한국석유공사 비축기지를 점검하고 “최근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만큼 비상시 비축 석유·가스를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