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동에 행정부서 의회로 통상 권한 이동232조·301조 등 무역법 앞세워 정밀 압박 국면 철강·車 타깃화 우려 … 조선, 협상 완충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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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위헌으로 판단하며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기반한 전면 관세가 차단됐다.  그러나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가 개별 무역법 조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미 통상 압박은 보다 정밀하고 장기적인 압박 국면으로 재편될 조짐이다.

    23일 미 연방대법원의 ‘Learning Resources, Inc. v. Trump’ 판결에 따르면 재판부는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은 “IEEPA does not authorize the President to impose tariffs(IEEPA는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며, 관세를 ‘세금(tax)’으로 규정했다.

    헌법 제1조에 따라 과세권은 의회 소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에 따라 통상 권한의 무게중심이 행정부 재량에서 의회·법정 절차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면 관세 대신 품목·국가별 ‘정밀 타격’ 방식으로 통상 압박이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회 경로로는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 ▲무역법 301조(불공정무역) ▲무역법 122조(150일 한시 관세) 등이 거론된다. 

    122조는 최대 150일 이후 의회 동의가 필요하고, 232·301조는 조사·공청회 등 절차를 거친다. 일단 착수되면 정치적 부담이 커져 철회가 쉽지 않다. 전면 관세보다 표적 관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통상 압박의 중심이 행정부 재량에서 의회·법정 절차로 이동하면서 정상 간 합의로 세율을 조정하던 협상 공간은 오히려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품목·국가별 표적 관세가 언제 어디를 겨냥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특히 철강은 232조의 1순위 타깃으로 꼽힌다. 232조는 국가안보 프레임에 따라 상무부 조사 후 대통령이 특정 품목에 대해 관세나 수입 제한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기간 제한이 없다. 철강은 안보 논리 적용이 쉽고 공급망·국내 생산 명분이 결합된다는 점에서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역시 전면 관세 완화만 보고 안심하기 어렵다. 301조는 특정 정책(보조금·환경·공급망)을 문제 삼아 국가별·차종별 보복 관세를 설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32조도 과거 자동차 안보조사 전례가 있어 재가동 시 차종·원산지·부품 비율과 결합한 조건부 압박이 가능하다. 

    여기에 122조는 국제수지 악화를 명분으로 최대 15% 관세를 150일간 한시 부과할 수 있어 즉각적인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단기로 122조 발동 뒤 232·301조로 전환해 장기화하는 시나리오도 현실적인 우회경로로 거론된다. 결국 전면 상호관세가 차단된 자리에는 품목·국가·기준을 세분화한 ‘정밀 타격’ 구조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조선은 상호관세의 직접 대상이 아니어서 충격은 제한적이다. 미국이 품목별 압박을 강화할 경우, 조선 협력 확대나 대미 투자 계획이 협상 카드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미국이 조선업 재건을 안보·공급망 전략과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상 협상에서 완충 장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