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갈등 재점화에 WTI·브렌트유 100달러 육박2000원 안팎에 눌린 기름값 … 통제 밖 고급유는 2367원정유사 손실폭 급증 중 … 6개월 치 예산 3달도 못 버텨
  • ▲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뉴데일리
    ▲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뉴데일리
    미국의 대이란 역봉쇄 등 이란과의 대치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 근접하면서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에 경고등이 켜졌다. 제도 시행 한 달을 맞은 가운데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편성된 예산의 충당 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된다. 고유가 기조가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의 출구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지 시각 13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 대비 2.51% 상승한 배럴당 99.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 기준물 브렌트유 종가는 전장 대비 약 4.16% 오른 배럴당 99.36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이란 역봉쇄 조치와 공급 차질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유가를 감당해 낼 뜻을 밝혔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같은 날 X에 워싱턴의 휘발유 가격이 표시된 지도를 공유하며 "현재 가격을 즐겨라. 봉쇄로 인해 곧 갤런당 4~5달러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은 상황에서 기름값 추가 상승을 시사한 것이다.

    국내 석유 시장은 '최고가격제'를 통해 소비자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지난달 13일 전국 주유소 평균 일반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64.07원이었다. 한 달이 지난 4월 13일 기준 1994.92원으로 상승 폭이 제한됐다.

    반면, 최고가격제가 적용되지 않는 고급유의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13일 2076.83원이었던 고급유는 현재 2367.56원까지 상승했다. 50리터를 주유할 경우 한 달 전보다 약 1만 4500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일반 휘발유 가격 역시 리터당 2100원을 상회해야 한다고 추정한다.

    국제 유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정유사들은 1차 최고가격제 적용 기간 리터당 159원, 2차 적용 기간에는 190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2차 최고가격 산정 당시에도 국제유가 상승분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해 정유사 손실액이 누적돼 온 상황에서 3차 가격제 손실까지 합산하면 재정 투입 규모는 불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동 전쟁 추경 예산을 통해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한 목적 예비비 4조 2000억원을 편성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석유 최고가격제가 6개월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목적 예비비로 4조 2000억원을 잡았다"면서 "최고가격제 적용이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 불확실하지만, 현재 재원에 비춰볼 때 크게 부담이 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정유사의 손실폭이 급격히 증가해 마련한 예산만으로 보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휘발유 가격을 고려했을 때 리터당 100원 이상 정부재정으로 손실보전되는 구조가 고착화 되고 있고, 국제가격이 비싼 경유의 손실폭은 훨씬 더 큰 수준"이라며 "이러다 나중에 손실 보전을 제대로 받지 못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최고가격제는 단기 정책에 불과하다며 대안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지난달 "석유 최고가격제는 한시적·제한적 운영을 전제로 향후 유류세 인하, 직접 지원 등 다양한 정책 수단과의 패키지 접근을 통해 시장 안정성과 정책 효과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등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출구 전략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