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품종·양조에도 밭 따라 전혀 다른 맛샤블리·본 프리미에 크뤼 4종 비교 시음"부르고뉴는 사람이 아닌 땅이 결정"
  • ▲ 프랑스 부르고뉴에 위치한 루이자도 와이너리ⓒ신세계L&B
    ▲ 프랑스 부르고뉴에 위치한 루이자도 와이너리ⓒ신세계L&B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것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다. 일조량과 기후, 토양, 품종, 그리고 수확과 숙성을 판단하는 생산자의 판단까지. 이 모든 것을 ‘테루아(Terroir)’라고 칭한다.

    루이자도의 와인은 여기에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생산자 중심의 등급 체계를 가지고 있는 보르도 와인과는 달리 부르고뉴 와인은 땅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품종, 양조 방식이 같다고 하더라도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생산된 포도는 전혀 다른 와인으로 재탄생한다.

    그렇다면 정말, 밭의 차이가 아로마와 부케, 피니시의 차이로 이어질까.

    지난 4월 1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WSA와인아카데미에서 진행된 루이자도 와인 시음회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 ▲ (왼쪽부터) 본 끌로 데 유르슐 프리미에 크뤼 모노폴, 본 그레브 르 끌로 블랑 프리미에 크뤼, 본 튜롱 프리미에 크뤼, 샤블리 바이용 프리미에 크뤼
ⓒ신세계L&B
    ▲ (왼쪽부터) 본 끌로 데 유르슐 프리미에 크뤼 모노폴, 본 그레브 르 끌로 블랑 프리미에 크뤼, 본 튜롱 프리미에 크뤼, 샤블리 바이용 프리미에 크뤼 ⓒ신세계L&B
    이날 시음한 와인은 루이자도의 프르미에 크뤼 등급 4종이다.

    ▲본 프리미에 크뤼 끌로 데 유르슐 모노폴 2022 ▲본 프리미에 크뤼 튜롱 2022 등 피노누아 품종의 레드와인 2종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바이용 2022 ▲본 프리미에 크뤼 그레브 르 끌로 블랑 2021 등 샤르도네 품종 기반의 화이트와인 2종이다.

    이날 시음과 와인을 설명한 엘리 페레스 수출 담당 이사는 “루이자도는 화이트와인은 화이트끼리, 레드는 레드끼리 동일한 양조 방식을 적용한다”면서 “외부 요소가 개입하지 않아야 땅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 ▲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바이용. 선명하고 맑은 색과 풍미가 특징이다ⓒ조현우 기자
    ▲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바이용. 선명하고 맑은 색과 풍미가 특징이다ⓒ조현우 기자
    첫 잔은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다. 맑은 황금빛에 눈길이 간다. 잔을 들자마자 레몬 계열의 향이 먼저 올라온다.

    입에 넣으면 산도가 직선적으로 들어오고, 뒤로 갈수록 미네랄감이 길게 남는다. 아주 살짝 스파이시함이 혀 끝에 맴돌다 곧바로 사라진다. 설명 없이 마셔도 ‘차갑고 단단한 와인’이라는 인상이 명확하다.

    굴, 조개, 가리비 등 신선한 해산물은 물론 염도 낮은 치즈와도 잘 어울릴듯한 풍미다.
  • ▲ 본 프리미에 크뤼 그레브 르 끌로 블랑. 입 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향이 차이를 보인다ⓒ조현우 기자
    ▲ 본 프리미에 크뤼 그레브 르 끌로 블랑. 입 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향이 차이를 보인다ⓒ조현우 기자
    이어진 본(Beaune) 프리미에 블랑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 샤블리와 동일한 황금빛을 띄면서도 ‘걸쭉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질감이 느껴진다.

    샤블리와 같은 샤르도네임에도 입안에서 둥글게 퍼지면서 면을 채우는 느낌이다. 짙은 과일 풍미가 계속 머물며 단순히 ‘향이 좋다’가 아닌 여운을 만든다.

    동일한 샤르도네 포도 품종, 같은 양조 조건임에도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차이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테루아가 표현한 것’이라는 말이 그대로 와닿는다.

    화이트 소스를 가미한 생선요리, 각종 조개류, 치즈 종류와 함께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
  • ▲ 본 프리미에 크뤼 그레브 르 끌로 블랑. 입 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향이 차이를 보인다ⓒ조현우 기자
    레드 와인 2종은 걸어서 이동 가능한 거리의 포도밭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스타일 차이는 오히려 더 뚜렷하다.

    튜롱(Les Teurons)은 각각의 풍미가 존재감을 보인다. 묵직한 타닌 뒤에는 진한 과일 맛이 난다. 향을 넘어 거칠게 으깨진 듯한 포도의 풍미가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입 안에서는 조화롭게 머물다 사라진다.

    튜롱은 오크 배럴에서 12~15개월 숙성해 병입했으며 빈티지로부터 10~15년 더 두고 숙성할 수 있다. 붉은 육류요리나 다양한 치즈와 잘 어울린다는 설명이다.
  • ▲ 끌로 데 유르슐. 검붉고 아름다운 색감에 눈길이 간다.ⓒ조현우 기자
    ▲ 끌로 데 유르슐. 검붉고 아름다운 색감에 눈길이 간다.ⓒ조현우 기자
    반면 끌로 데 유르슐(Clos des Ursules)은 첫 인상부터 다르다. 검붉은 벨벳같은 색에 눈길을 뺏긴다. 들어올 땐 부드럽다가, 들어오는 순간 향과 감칠맛이 면을 채운다. 튜롱이 확 퍼진다면, 유르슐은 향과 맛이 안쪽으로 모이는 느낌이다. 점토질 토양에서 생산된다는 설명처럼 밀도감이 더 느껴진다.

    루이자도의 대표 와인답게 한 모금이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섬세하게 조리한 육류요리, 다양한 종류의 치즈가 떠오르는 맛이다.

    이번에 시음한 와인들은 생산량 자체도 제한적이다.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는 3000~5000병, 본 프리미에 크뤼는 2000~3000병 수준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은 300병대에 불과하다.

    이 정도 규모라면 단순히 ‘맛있는 와인’보다는 관리와 의도가 더 중요해진다. 실제로 이날 시음에서도 숙성 잠재력에 대한 설명이 반복됐다. 일부 와인은 수십 년이 지나도 충분히 마실 수 있는 구조를 갖는다는 것이다.

    엘리 페레스 이사는 “같은 피노누아라도 밭이 조금만 달라도 전혀 다른 와인이 나오는데 그것이 부르고뉴 와인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 ▲ 엘리 페레스 루이자도 수출 담당 이사가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엘리 페레스 루이자도 수출 담당 이사가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