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들의료재단-고대의료원, 교류협력 체계 가동 전문병원-대학병원 간 '신분 장벽' 허물고 실리 취해단순 의뢰·회송 넘어 연구·행정·IT 공유 … 필수의료 현장 '자생적 진화'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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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측부터 우리아이들병원(구로), 성북우리아이들병원 전경. ⓒ우리아이들의료재단
대한민국 소아청소년 의료 현장은 지금 '고사(枯死)'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전공의 지원 기피로 상급종합병원의 소아 진료 역량은 한계에 다다랐고 지역 거점 역할을 해야 할 중소 병원들은 인력난과 경영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이러한 해법 없는 난제 속에서 최근 우리아이들의료재단과 고려대학교의료원이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은 단순한 병원 간 협업 이상의 울림을 준다. 전문병원 의료진이 대학병원의 '교수' 타이틀을 달고 진료를 넘어 연구와 행정 시스템까지 공유하는 이른바 '소아청소년 전문병원 교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이번 협약의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우리아이들병원 의료진의 '고려대학교의료원 교류협력 교수' 위촉이다. 이는 단순한 대외 홍보용 명칭이 아니라 전문의 취득 후 임상 경험 기간에 따라 5년(조교수), 10년(부교수), 15년(정교수) 등 대학병원의 엄격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은 "전문의 취득 후 15년 이상 현장을 지키며 50세가 넘은 베테랑 의료진은 이미 충분한 임상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의료진에게는 자부심을,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를 받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단순히 교수라는 직함 부여에 그치지 않고 학술 활동, 교육, 연구, 진료 참관 등 상급종합병원의 인프라를 공유함으로써 전문병원의 풍부한 임상 데이터와 상급종합병원의 연구 역량이 결합하는 실질적인 통로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5분 거리'가 만든 골든타임… 무너진 전달체계의 '가교'필수의료 위기의 핵심은 '단절된 전달체계'에 있다. 우리아이들병원(성북·구로)과 고대의료원(안암·구로)은 지리적으로 '차로 5분 거리'라는 강점을 극대화했다. 양 기관은 이미 실시간 단톡방을 통해 중증 환자 전원을 상시 소통하고 있다.일례로 구토와 보행 장애로 내원한 5세 남아를 당일 고대 구로병원으로 전원시켜 '교뇌 해면상 혈관종'이라는 희귀 질환을 골든타임 내에 잡아낸 사례는 이 협력 모델의 유효성을 증명한다.정성관 이사장은 "단순히 협력병원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목적이 있지 않으며, 고려대학교가 가진 가치와 의료의 정신을 우리 병원 시스템 전반에 녹여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이어 "고려대학교의 모태가 된 로제타 홀 여사의 헌신과 나눔의 정신이 의료원 곳곳에 녹아 있는 것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며 "고려대학교 출신으로서 학교의 '자유·정의·진리' 정신을 우리아이들병원의 소아청소년 의료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고대의료원의 위상에 부끄럽지 않은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연구·IT·행정 시스템 이식… 전문병원의 '상향 평준화'이번 파트너십은 진료를 넘어 병원 운영 시스템의 '상향 평준화'를 지향한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의 선진적인 의료정보 시스템과 IT 인프라, 행정 노하우를 우리아이들병원에 접목하는 과정이 포함됐다. 이미 두 기관은 '디지털 홈스피탈 플랫폼' 구축 연구와 백신 이상 반응 연구 등을 함께 수행하며 전문병원의 '로우 데이터(Raw Data)'가 가진 힘을 확인했다.우리아이들병원은 현재의 학생 실습을 넘어 수련의와 전공의까지 포함하는 '다기관 수련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윤을식 고려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이번 협약은 고대의료원의 좋은 DNA를 우리아이들병원에 자연스럽게 확산할 기회"라며 "이 모델이 소아청소년 의료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미래 의료의 새로운 모델로 발전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힘을 실었다.결국 이번 '교수 시대'의 선언은 전문병원이 대학병원의 하부 조직이 아닌, 대등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과 맞물려 민간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정상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