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철도차량정비단 방문 … KTX·SRT 중련연결 첫 시연차륜 초음파·공조장치 점검 등 … 바닥 뚫린 '드롭테이블' 동시인양기로 열차 띄워 … 자동화창고서 자재 91만개 수납
-
- ▲ 중련 연결 시연 ⓒ코레일
호남선을 타고 서울과 오송을 거쳐 14일 아침 도착한 광주 광산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호남철도차량정비단.현장 관계자의 지시에 따라 안전모를 눌러쓴 국토교통부 기자단 앞에 파란색 KTX-산천과 보라색 SRT 차량이 나란히 멈춰 서 있었다.잠시 뒤 묵직한 기계음과 함께 두 열차가 천천히 가까워지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로 연결됐다. 연결 직후 운전실 모니터에는 기존 한 편성 대신 두 개 열차가 동시에 표시됐다.정비단 관계자는 "이제 앞 열차 운전실에서 두 편성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KTX와 SRT 통합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이날 공개된 중련 연결 시연은 코레일이 오는 9월 목표로 추진 중인 통합철도의 핵심 장면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연에 사용된 KTX-산천과 SRT는 각각 410석 규모다. 두 차량이 연결되면 800석이 넘는 초대형 열차가 된다.김태승 코레일 사장이 이날 시연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이후 가장 체감될 변화는 좌석 증가"라고 강조했던 배경도 이 현장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코레일은 KTX와 SRT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좌석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코레일은 15일부터 경부선과 호남선에서 시범 중련 운행에 돌입했다. 경부선은 금·토·일 서울행 노선에서, 호남선은 토·일 수서행 노선에서 각각 KTX-산천과 SRT를 연결 운행한다. 코레일은 주당 총 2206석 좌석이 추가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정비고 한쪽 자동연결기 작업장에선 길이 2.36m, 무게 약 995kg에 달하는 거대한 연결 장치가 전시돼 있었다. 이번 시연에 사용된 핵심 장치로, 두 열차가 연결될 때 기계·공압·전기 시스템이 동시에 자동 결합된다. 정비단 관계자는 "헤드는 300만km마다, 몸체는 약 15년 주기로 분해 정비를 한다"고 설명했다. -
- ▲ 차륜 초음파 탐상 작업 ⓒ코레일
철도통합을 4개월가량 앞두고 현장 직원들은 차량 정비에도 힘쓰고 있었다. 정비선 위에는 보라색 SRT 차량 한 편성이 멈춰 서 있었다. 차량 하부 곳곳에는 작업대와 케이블이 연결돼 있었고, 정비사들은 객실 바닥 아래를 오가며 주행 30만km마다 실시하는 예방 정비를 진행 중이었다.차량 아래에선 차륜 초음파 탐상 작업이 한창이었다. 정비사는 차륜에 탐촉자가 달린 장비를 밀착시키고 모니터를 응시했다. 정비단 관계자는 "병원 CT처럼 차륜 내부 균열을 찾는 작업"이라며 "1.5mm 수준 미세 결함까지 검출 가능하다"고 말했다. 차축 하나를 검사하는 데만 3분가량이 걸린다는 게 정비단 측 설명이다.조금 떨어진 곳에선 공조장치 점검 작업도 진행됐다. 객실 하부에 설치된 냉난방 장치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여름철 냉방 성능과 공기 순환 상태를 시험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선 휴대용 제동시험기를 이용한 제동장비 정상 작동 확인 작업도 이뤄지고 있었다.정비고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자 코레일이 자랑하는 '동시인양기' 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천장 가까이까지 치솟은 거대한 철제 기둥 사이로 열차 한 편성이 공중에 떠 있었고, 차량 아래에 있어야 할 대차는 이미 빠져나간 상태였다.정비단 관계자는 "차체와 대차를 연결하는 부품을 분리한 뒤 차량 전체를 들어 올린다"며 "350만km마다 시행하는 대차 분해정비 핵심 설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차량 아래에선 대차 조립체가 레일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
- ▲ 동시인양기 작업 ⓒ코레일
바로 옆 '드롭테이블' 구역은 긴장감이 더 컸다. 작업장 중앙 바닥 일부가 뚫려 있었고 아래로 대차가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구조였다. 현장 직원은 "동시인양기가 차량 전체를 드는 방식이라면 드롭테이블은 대차 한 개만 교체할 때 사용하는 설비"라며 "해치가 정확히 열리지 않으면 장비 자체가 작동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정비고 맨 옆 쪽 구역엔 거대한 자동화창고가 있었다. 높이 약 10m 규모 선반 사이를 네 대의 스태커 크레인이 끊임없이 오가며 부품을 실어 날랐다. 사람이 물건을 찾는 게 아니라 물건이 사람에게 오는 '굿즈 투 퍼슨(Goods to Person)' 방식이었다.실제 크레인이 움직일 때마다 무거운 부품 박스가 자동으로 작업자 앞으로 내려왔다. 정비단 관계자는 "흔한 아파트처럼 동, 층, 호수로 구분돼 물건이 수납된 셈"이라며 "운반기기를 엘리베이터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창고엔 고속열차 유지보수 자재 3094개 품목, 91만여 개가 입고돼 있다"고 덧붙였다.이날 현장 곳곳에선 '통합철도 시대'를 앞둔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정비선에는 파란색 코레일 EMU-320 '청룡'과 보라색 에스알(SR) 신형 차량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아직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SR 신형 열차까지 등장하면서 정비 현장에선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철도통합 시대를 엿볼 수 있었다. -
- ▲ 파란색 코레일 EMU-320 '청룡'과 보라색 에스알 신형 차량 ⓒ코레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