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디딘 첫 소감에 "무거운 책임 느낀다"
산은의 동부계열사 패키지 매각 인수제안엔 '묵묵부답'
  • ▲ 지난 14일 주주총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신임회장
    ▲ 지난 14일 주주총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신임회장


    17일 오전 7시30분,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하는 직원들로 붐볐다. 권오준 신임회장의 첫 출근 날임에도 들뜨거나 소란스런 모습은 없었다. 아침공기라 다소 쌀쌀하긴 했지만 권 회장의 '입성(入城)'을 반기듯 날씨는 화창했다.

    오전 8시가 가까워지자 권 회장이 들어올 로비 입구에는 수행원 여럿이 배치됐다. 8시가 조금 못돼 권 회장은 차에서 내려 문을 열고 포스코센터로 들어왔다. 공식적으로 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포스코 더 그레이트 : POSCO the Great'호의 방향키를 잡으러 내딛는 첫 발걸음이었다.

    그는 흰색 셔츠에 밝은 회색 정장을 착용하고 있었다. 잘 다려진 셔츠에서 '제철보국(製鐵保國)'을 꿈꾸는 그의 각오가 엿보였다. 표정은 담담하면서도 비장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기업의 수장으로 취임해 마냥 기쁘기보다, 막중한 사명감을 느끼는 듯 했다.

    기자는 권 회장에게 회장으로서의 첫 출근 소감을 물었다. 그는 짧고 굵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최근 포스코는 정준양 전 회장의 임기 5년 동안 급격히 녹슬었다. 매출액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영업이익률·부채 등 대부분의 실적이 '급락'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는 커졌지만, 체력은 부실해졌다는 평가다. 권 회장은 다시금 포스코를 글로벌 우량기업의 표본으로 만들어야하는 과제를 끌어안았다. 이에 기쁠 수만은 없는 첫 출근길을 맞이한 것이다.

    이어 최근 언론에 보도된 '산업은행의 동부 계열사 패키지 인수 제안'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출근길을 서둘렀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산업은행은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 인수를 제안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중국 바오산철강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바오산철강의 이러한 움직임에 예민한 상태다. 동부제철의 냉연기술과 인력이 흡수되는 것은 물론, 인천공장이 중국 업체의 한국 시장 공략에 전초기지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강업계의 맏형 포스코가 구원투수로 나서 지갑을 열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포스코 역시 재무구조개선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선뜻 나서기 어려운 입장이라 권 회장 역시 쉽사리 응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권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M&A 물론 해야죠"라며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다. 이어 그는 "다만 시기와 방식, 절차 등이 관건으로 효과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 ▲ 지난 14일 주주총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신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