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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에 칼을 빼들고 빵집 거리제한 철폐 등 규제개혁 움직임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던 공정위가 잇단 역풍에 움찔하고 있다.
1년 이상을 끄는 '하세월 조사'도 수두룩한데 윗선보고용 생색내기에만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에다 정작 조사와 규제개혁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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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랜차이즈 거리제한 철폐 '생색내기용'
"영업 보호를 거리제한으로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권역별로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시장상황이 다 다른데 공정위가 획일적 기준으로 시장을 재단해서는 안된다"모범거래기준 페지의 당위성을 피력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의 변이다.
하지만 불과 2년전 공정위는 사회적 요구가 비등하고 공정위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며 앞장서서 각종 모범거래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장에 적용해 왔었다.
스스로의 입장 바꾸기가 궁색했던 지 공정위 관계자는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의 제정은 사회적 법제화 시간소요에 따른 과도기적 접근이었다"며 "애초부터 기관의 성격과는 맞지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노 위원장이 여러차례 지적한대로 공정위 규범은 금지항목의 네거티브 방식으로 과도한 개입을 자제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기준을 없앴다는 얘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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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 폐지는 야권과 중소상인들은 물론 동반성장위원회의 즉각적인 발발을 불러왔다.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은 '이번 골목상권 보호장벽 철폐는 공정위가 정부의 무리한 규제완화 추진에 편승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으로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빵집과 편의점 등 관련업체들도 500m 이내 출점 제한 같은 규제를 푼다고 해도 이미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신규 출점을 막고 있어 규제완화의 효과가 전혀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동반위는 "공정위 조치는 동반위 권고와 별개 사안" 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공정위가 일체 협의가 없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반위는‘공공기관’이 아닌 ‘민간협의체’로 협의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현장과 동떨어진 책상머리 대책으로 실효성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혹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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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업 조사...'수박 겉핥기'
공정위가 칼날을 빼든 공기업 조사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직권조사, 현장조사, 공기업 개혁의 신호탄 등 말의 성찬이 무성하지만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무색하기 짝이 없다.
세월호 관련 대통령 담화가 있던 19일, 공정위 조사관들은 한국전력과 LH, 한국가스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본사에 들이닥쳤다. 전격적인 현장조사 모양새였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23조 1항 등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와 관련한 혐의를 두고 이들 공기업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전과 자회사 23곳 등 3개 공기업 관련 대상회사 수만도 40여곳이 넘을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조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0~40명의 조사인력이 한군데씩을 제대로 살펴보기도 버거운 수준이다.
조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결국 공기업들이 제출하는 서류를 살펴보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노대래위원장은 지난 2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상반기 중 공기업 거래업체들을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하반기 공기업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직권조사를 서두를 만한 특별한 혐의포착이 있다면 더이상 조사를 미룰 이유야 없겠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터에 과연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