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간 4000억 규모 유상증자에 투심악화
주가 9거래일 간 30% 이상 하락
  • ▲ ⓒ한진중공업
    ▲ ⓒ한진중공업

     

    한진중공업이 1년 만에 또 다시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주식시장은 실망감을 드러내며 지난달 23일부터 5일까지 9거래일 간 30% 이상 폭락하는 등 크게 요동쳤다.

     

    5일 한진중공업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며 약 1년 만에 8000원대로 주저앉았다. 투심악화의 원인은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발표. 

     

    지난 3일 한진중공업은 신주 3300만주 발행을 통해 2448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발행예정가는 현 주가 대비 21% 할인된 7420원이다.

  • ▲ 한진중공업의 과거 5년 현금성 자산과 부채비율 추이ⓒ신한투자증권
    ▲ 한진중공업의 과거 5년 현금성 자산과 부채비율 추이ⓒ신한투자증권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유상증자 단행은 지난해 4월 1500억원대 실시 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증권업계는 자산매각 지연에 따른 유증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유지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중공업의)자산매각 지연이 화를 불렀다"며 "최근까지 인천 북항배후부지 1200억원과 서울 남영동 사옥R&D 센터 1800억원 매각이 지연되면서 하반기 운용자금 부족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상에 선정된 한진중공업은 다양한 자구책을 펼쳤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동산 시황과 보유자산의 적정가 매각의 불확실성이 이번 증자 단행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계획과 달리 인천북항지구의 일부 부지 매각이 늦어지고 다른 부동산 매각도 지연되고 있어 자산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된 상태"라며 "이러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증자를 단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훈 연구원은 "현재 동서울터미널 부지 자산유동화가 진행 중이고 서울 남영동 사옥의 경우 오는 3분기 중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천 북항배후부지 매각은 늦어도 내년께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올 하반기 만기 도래되는 회사채 3000억원도 유증 결정에 한 몫 보탰다. 한진중공업은 오는 8월과 11월 각각 1500억원의 회사채 만기도래를 앞두고 있다.

     

    특히 이번 유증은 투자자 신뢰에 '상처'를 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1년 반 만의 다시금 실시한 대규모 유상증자에 투자자들의 실망이 컸다는 진단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한진의 결정이 재무구조 정상화 시기를 앞당길 수는 있겠으나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