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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투자자산에 불과했던 삼성SDI 계열사가 급부상 중이다.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증권가는 삼성 SDI계열사 지분 상당수가 매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호재로 받아들인 SDI주가는 2거래일 간 약 10% 가까이 상승하는 등 강세행진을 펼쳤다.
5일 금융투자업계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삼성그룹의 자금확보 방안으로 삼성SDI 계열사 지분 매각에 무게를 뒀다. 시장이 추산한 삼성SDI의 계열사 지분가치는 약 4조7000억원.
제일모직과 합병 후 삼성SDI 소유의 주요 계열사 지분은 삼성에버랜드 8.0%, 삼성물산 7.4%, 삼성엔지니어링 13.1%, 삼성정밀화학 14.7%, 에스원 11.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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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수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그룹의 급박한 동향을 감안할 때 계열사 지분 처분을 통한 투자 재원 확보가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상장을 발표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가치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삼성에버랜드 장부가치는 2090억원에 불과했지만 삼성에버랜드 상장을 통해 대폭적으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3일 내년 1분기 상장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어 "그간 삼성SDI 보유 계열사들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형성을 위한 단순 투자자산에 불과했지만 향후에는 이렇듯 유용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8%다.
◇ 삼성SDI, 삼성전자에 자사주 매각 … 투자재원 확보
이 밖에도 삼성SDI는 삼성전자로 인해 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삼성SDI 자사주 217만8399주 취득도 공시한 가운데 이로인해 4872억원 가량의 현금 확보를 예상했다.
여기에 합병 후 보유현금예상액 1조7000억원을 더하면 삼성SDI의 현금성자산은 총 2조2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사업성도 안정화될 조짐이다. 증권업계는 SDI의 자동차용 2차전지(EV·ESS), OLED소재 등 성장산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여력이 강화됐다며 실적개선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재원 확보로 삼성SDI는 중국 합작법인(JV)에 소요될 설비투자비(Capex)와 자동차용 2차전지 4라인 건설을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삼성전자가 삼성SDI 자사주 매입을 통해 전자소재·2차전지의 육성 의지를 명확히했다"며 삼성SDI의 그룹 내 입지 확보를 시사했다.
남대동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각을 통해 삼성SDI는 향후 삼성그룹의 자동차 관련 신사업에 보다 비중있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지분 인수로 삼성전자가 삼성SDI·제일모직 합병법인에 대한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추측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취득한 삼성SDI 지분율은 19.6% 수준으로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당시 13.5%까지 떨어졌던 지분율을 기업 실질 지배의 최소요건인 20% 가까이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