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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들이 영세 가맹점의 IC단말기 교체를 위한 1000억원 규모의 기금 분담방식을 놓고 두 달째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업계 8개 카드사 실무대표자들이 세 차례나 여신금융협회에 모여 IC단말기 전환기금 배분 방식을 놓고 논의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IC단말기 교체 사업은 기존 마그네틱 카드를 보안성이 뛰어난 IC카드로 교체하면서 결제를 위한 단말기도 IC카드용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8개 전업카드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정보유출 재발 방지 대책일환으로 조속한 IC단말기 전환을 요구했으며, 카드업계는 65만 영세가맹점의 단말기 교체를 위해 전환기금 1000억원을 부담키로 한 바 있다.
하지만 비용부담 방식을 놓고 카드사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두 달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신한·KB국민·삼성·현대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은 여신금융협회비의 연회비 산정방식과 동일하게 비용을 부담하자는 입장이지만 롯데카드, 우리카드 등 중소형 카드사들은 시장점유율(MS)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자는 입장이다.
현재 카드사들은 여신협회 연회비를 50%는 균등분할로 나머지는 50%는 MS에 따라 차등 지불하고 있다.
대형사들의 주장대로 기금을 나눈다면 500억원은 각사 40억원씩 균등 분할하고 나머지 500억원은 MS에 따라 신한·BC계열이 100억원대, 국민·삼성 60억원대 현대 50억원대, 우리 40억원대, 롯데 30억원대 하나SK 20억원대를 지불한다.
반면 중형사들의 주장대로라면 신한·BC계열 200억대, 국민·삼성·현대 100억원대, 나머지 카드사들 100억원 미만의 금액을 지불한다. 즉, 주장에 따라 카드사별로 최대 60억원 이상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형 카드사 한 관계자는 "대형카드사 주장처럼 기금을 부담하면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은 전부 투입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이용 고객과 결제금액이 큰 대형 카드사들이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 이치상 맞다"고 주장했다.
대형 카드사 한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태 등으로 전체적인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수십억원을 더 부담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기준을 여신협회의 연회비 산정방식으로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반박했다.
금융당국은 대형마트가 단말기 교체 비용을 감당할 자금 여력이 된다고 판단,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를 통해 압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정대로 추진한다는 데에는 변함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마무리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