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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전 임원 사직서 제출'이라는 고강도 개혁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2분기 1조원이 넘는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최근 40차례 넘게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상을 가졌으나 매듭을 짓지 못한 것과 관련한 특단의 조치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3분기 실적을 두고 2분기 보단 개선될 것이나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노조 집행부는 어떻게든 파업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전 임원들로부터 사표를 제출 받고, 임원인사를 앞당겨 실시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12일 오전 현대중공업 각 본부장들을 긴급 소집한 자리에서 "임원들 전원은 사표를 제출하라"고 전하며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조직개편을 주문했다. 이어 그들은 새로운 조직에 필요한 임원들은 재신임을 통해 중용하고, 임원인사를 조기 실시해 능력있는 부장급 인원들을 조직의 리더로 발탁하는 등 젊고 역동적인 현대중공업으로 혁신해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조치는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도 포함되며, 이에 따라 통상 11월 말에서 12월 초 실시되던 현대중공업의 임원인사도 이르면 이달 중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 사장은 "지금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우리 회사를 바라보고 있는 많은 국민들과 국내외 고객, 주주들을 생각해 분명한 개혁 청사진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5일 권 사장 취임 후, 임단협 마무리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노조가 사전에 정해 놓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무기한 연장하는 등 교섭에 나오지 않아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회사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판단해 개혁작업에 착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중공업은 지원조직을 대폭 줄이고, 생산과 영업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우수인력을 생산과 영업으로 전진 배치시켜 회사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수익창출이 어려운 한계사업과 해외법인들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조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모두 줄이고, 꼭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삭감해 운영하기로 했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젊은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진정성 있는 소통 노력도 시작했다. 사장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나 건의사항을 있는 그대로 받았고, 이를 정리하여 실행에 옮기기 위해 사장 직속으로 제도개선팀을 신설하여 운영에 들어갔다. 미래를 꿈꾸는 직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장이 직접 사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매달 말일에는 전 임원이 회사 각 출입문에서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한달동안 회사를 위해 수고많았다는 감사의 인사를 하는 등 직원들에게 직접 다가감으로써 솔선수범하여 회사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생산현장의 혁신작업도 시작한다. 공정개선혁신팀을 신설하여 전 사업본부의 공정 효율을 재점검하고, 공정자동화를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펼치기로 했다. 대부분 조합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근무하는 생산현장의 환경개선 작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사업장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