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중지' 결정은 내려졌지만 조합원들 파업에 시큰둥
찬반투표율 저조에 '무기한 투표기간 연장' 선택
권오갑 사장, 출근길 직원들 손잡으며 노조원들 마음 움직여
  • ▲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23일부터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23일부터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쟁의행위 조정신청과 관련해 '조정중지' 결정을 통보 받음에 따라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작 조합원들이 파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정병모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들은 파업에 시동도 걸지 못하는 모습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5일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전체 조합원 1만8000여명 중 50% 이상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합법적으로 파업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중노위의 결정에 앞서 미리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해왔으나, 조합원들의 참여율이 생각보다 크게 저조하자 파업찬반투표를 무기한으로 연기한 상태다.


    이들은 당초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지난 24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투표에서 조합원 중 약 25%에 달하는 인원만 투표에 참여한데다, 현장에서도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하자 이들은 24일 오후 급하게 기자회견을 열고 "찬반투표 마감시한을 무기한으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집행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가 투표를 방해하고 있다"며 "관리자들이 면담을 핑계로 조합원들을 불러놓고 '총회(투표)에 가지마라'는 등의 압력을 넣고 있고, 투표장 주변에서 감시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과반 찬성이 나올 때까지 투표를 하겠다는 노조 측의 억지가 아니겠느냐는 비판론이 거센 상태다. 실제 현장에서도 파업과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근로자는 "회사 사정이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무작정 파업을 벌이자는 것은 다 같이 죽자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1037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규모의 적자폭이다. 회사 역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최길선 전 대표이사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부문 총괄 사장으로 불러들였고,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임명했다.

  •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지난 24일 출근하는 직원들의 손을 잡고 경영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지난 24일 출근하는 직원들의 손을 잡고 경영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특히 권오갑 사장은 지난 23일부터 매일 울산조선소 현장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의 손을 잡고 "여러분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은 회사의 책임"이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만큼 힘을 모아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권 사장은 지난 24일에는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우비를 입은 채 직원들 한명 한명과 일일이 악수하며 소통을 시도하는 등 '우중투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돌입해 40차례 교섭을 시도했지만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