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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20년 만에 파업 위기가 닥친 것과 관련해 임직원들에게 "모든 것은 회사의 잘못"이라며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권오갑 사장은 23일 오전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에서 직접 작성해온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의 서두에서 권오갑 사장은 "현대중공업은 제가 37년간 일해왔던 고향이다. 지난 몇 년간 잠시 몸은 떠나있었지만 '자랑스러운 현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늘 가슴속에 새기고 있었다"며 "이제 다시 현중인으로 돌아왔는데 우리의 자랑스러운 일터가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회사 안팎의 경영상황이 전에 없이 어려움에 처했지만, 무엇보다 회사가 현중 가족 여러분들의 마음을 먿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권 사장은 "진심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회사가 가족 여러분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회사의 잘못이며 책임이다. 진심으로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러분들께서 열심히 일해 오신만큼 회사는 이익을 내 최고의 대우, 최고의 직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여러분께 실망을 드렸다"며 "열심히 일해 오신 여러분이 아니라 바로 회사의 책임이다. 회사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며 모든 것은 사측의 책임이고, 죄송하다는 뜻의 발언을 거듭 반복했다.
아울러 권 사장은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듯 저 또한 회사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1위의 기업이라는 명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일할 맛 나는 회사', '신바람 나는 회사', '내가 믿고 기대고, 내 땀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회사'"라며 "여러분께 약속드리고 분명히 그렇게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제 모든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오직 현대중공업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며 "신바람나게 일하는 직장으로, 국가 경제에 큰 힘이 되고 사회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회사로 만들어 보자"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권 사장은 "지금 비록 우리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여러분이 힘을 모아 주신다면 반드시 우리는 현대중공업의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며 "저는 동종업계 어느 회사보다도 여러분이 일한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권오갑 사장은 지난 15일 그룹사 경영을 쇄신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한다는 차원에서 현대중공업그룹 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10년부터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일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