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후보 교보생명·中 안방보험, '간 보기'만 계속'금융당국이 일부러 판 깼다'… 소문까지 나돌아4번째 매각 불발 시 신제윤·이순우 책임론 나올지도
  • ▲ 우리은행 민영화 시도가 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 NewDaily DB
    ▲ 우리은행 민영화 시도가 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 NewDaily DB

    [금융인사이드]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마감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없는 상태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교보생명은 인수전 참여여부를 결정하지 못한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중국의 대형보험사인 안방보험이 뛰어든다는 설은 돌지만 실제로 참여할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4번째 우리은행 민영화 시도가 또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우리은행 매각, 또다시 물거품?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3단계로 나누어 실시했다. 계열사 중 지방은행과 우리투자증권, 우리은행이라는 세 덩어리로 나누어 팔겠다는 방안이었다. 지방은행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BS금융과 JB금융, 우리투자증권은 농협이라는 새 주인을 각각 만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워낙 규모가 커 매각이 쉽지않다고 여긴 금융당국은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또 하나의 아이디어를 짜냈다. 우리은행을 또 두 덩어리로 나누어 팔겠다는 것이다. 경영권이 주어지는 지분과 재무적 투자만 가능한 소수지분을 따로 매각하는 이른 바 '투트랙(two-track)' 방식이다.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 전체 56.97% 중 경영권 지분은 30%(2288만3512주)다. 나머지 소수지분(26.97%)은 희망 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입찰자 순으로 지분의 0.5%에서 10%까지 매입한다. 

경영권 매각 지분에 대한 예비입찰과 소수지분 매각 본입찰은 오는 28일 마감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마감일이 이틀 남은 지금까지도 경영권 매각은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채 ‘설’들만 계속 나오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18일과 25일, 이사회와 경영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교보생명은 오는 27일에 다시한번 경영위원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영권에서는 우리은행 인수전에서 발을 빼기 위해 일부러 이같은 행보를 보인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신창재 회장 개인 대주주 회사라는 점에서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예측, 교보생명이 3조원 추정되는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 등이 그 이유로 거론된다. 는 분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은행이 외국계자본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한 당국이 교보측에 인수전 참여를 말렸다'는 소문 마저 나돈다. 

교보생명과 함께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곳은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이다. 인수전이 성사되면 둘 중 한 곳은 우리은행 인수에 성공할텐데, 안방보험이 승리자가 될 경우, '한국 금융사를 중국에 팔아넘긴다'는 비난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금융당국이 아예 판 깨기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당국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부인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생명보험, 자산관리 등 종합보험금융 업무를 취급하는 중국 보험사로, 자산만 7천억위안(한화 약 121조원)에 이른다. 

안방보험은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국내 파트너를 물색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서의 이유로 인수전 참여를 포기했다는 설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돌고 있다.

이처럼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새로운 후보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유효경쟁 성립이 어려워 우리은행 매각은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 신제윤·이순우 '책임론' 벌써부터 거론

우리은행 매각이 김 새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신제윤 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 방침을 밝히면서 “위원장 직(職)을 걸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리은행 매각에 실패할 경우 현 정부의 매각 추진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다시 시장에 내놓는다 하더라도, 인수전에 뛰어들 여력이 있는 업체가 등장하리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또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경우 새로운 우리은행 최고경영자(CEO)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우리은행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 차기 행장 인선 방향도 바뀔 수 있다. 

우리은행의 매각 성패가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구도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이 행장이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에 선임될 당시, '민영화 성공'을 최대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럼에도 민영화에 실패할 경우,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매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이 행장에게 묻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경영권 지분 매각 실패를 전적으로 이 행장 탓으로 돌리는 건 부적절하고, 지방은행과 우투증권 매각에 성공하는 등 공로가 있다. 조직 안정을 위해서도 이 행장이 연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이 행장의 라이벌로 이광구 개인영업본부 부행장이 급부상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 부행장은 은행 경험이 풍부하고 '내부 출신' 행장 후보라는 명분이 서는 데다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회원이라는 점에서 유력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이순우 자사주 매입 "민영화 끝까지 가겠다"

이처럼 우리은행 매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지난 20일 자사주 1만주를 장내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을 끌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행장은 지난 20일 자사주를 주당 1만1300원에 1만주를 매입했다. 작년 6월에도 자사주 1만주를 구입한 이력이 있는 그는 취임 전 보유주식을 포함해 총 3만1998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 행장의 이번 자사주 매입에는 그의 깊은 고심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매각을 앞두고 인수기업이 불투명 해지고,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 행장이 민영화를 끝까지 완료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4년간 유명무실한 상태로 남아있던 우리은행 주주 컨소시엄이 은행 매각을 앞두고 재가동됐다. 우리사주조합을 중심으로 거래 기업과 기관투자자 등을 사모펀드로 결성, 오는 28일 이뤄지는 소수지분 입찰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매입 목표 규모는 4500억원, 지분으로는 3~4%다. 입찰에 참여해 콜옵션(1주당 0.5주를 살 수 있는 권리)을 포함한 소수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