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현장직원들에게 직접 호소문 전달 수정된 임금인상 제시안은 없다…이익 낼 시 그만큼 보상할 것 약속
  • ▲ 26일 오전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본사 정문 앞에서 출근길 직원들에게 호소문을 나눠주고 있다.ⓒ현대중공업
    ▲ 26일 오전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본사 정문 앞에서 출근길 직원들에게 호소문을 나눠주고 있다.ⓒ현대중공업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회사 경영상태가 호전되기 전까지 일체 급여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올 들어서만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앞장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다.

    권 사장은 26일 오전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회사 정상화를 위해 힘써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직접 전달했다.

    회사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힘을 합쳐 이 상황을 돌파해 가자는 것이 호소문의 주 골자다. 또 회사가 경쟁력을 회복해 이익을 낼 경우 그에 따른 보상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권 사장은 호소문에서 "지금 회사 형편이 그렇게 쉽게만 생각할 상황이 아니다"며 "우리 회사의 대표업종인 조선만 해도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공사할 때 필요한 인원수를 나타내는 수치로 공수(工數)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 회사는 경쟁사보다 공수가 많이 발생해 최근 입찰에서도 이길 수가 없었다"며 "이것은 우리회사가 경쟁사보다 거품이 많다는 것이고, 이 거품을 걷어내지 못하면 일감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50차례가 넘는 사측과의 올해 임금협상에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오는 27일 4시간의 부분파업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서도 권 사장은 입을 열었다. 파업은 회사손실만 늘어날 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사측은 더 이상의 임금인상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 사장은 "회사가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보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전체적으로 12.6%의 임금이 올라가게 되고, 100%+300만원의 격려금도 지급된다"며  "사실 이것만 해도 회사는 많은 인건비 부담을 갖게 되는데, 노조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처럼 회사의 수정된 최종안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시는 분도 있다고 들었지만 회사는 더 이상의 임금인상은 제시할 수 없다"라며 "올해만 임단협이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정상화되어 이익을 많이 내면 그만큼 보상을 할 것"이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권 사장은 "일을 열심히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회사는 미래가 없다"며 "회사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어 자랑스러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기 바라며, 지금까지 여러분께서 묵묵히 보내주신 그 성원과 믿음을 다시 한번 발휘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노조는 올해 협상에서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α △호봉승급분 인상 (2만3000원→5만원)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임금 3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격려금 100%(주식으로 지급)+300만원 △월차폐지 제시안 철회 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