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영향권 아냐…국제금융시장 전염 가능성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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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갑작스런 기준 금리 인상이 한국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러시아의 위기가 다른 신흥국으로 전이될 경우 한국도 영향권에 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베네수엘라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나오는 등 외환위기가 불거진 1998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 당국은 최악의 경우 미리 준비해 둔 컨틴전시 플랜을 점검하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 유가에 러시아 악재까지…시장 불안

     

    러시아 중앙은행은 16일(현지시간)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현행 연 10.5%에서 17.0%로 6.5% 포인트 올렸다. 지난 11일 1% 포인트에 이어 5일 만에 대폭 인상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5% 포인트 이상 올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의 경제 제재, 저유가에 따른 루블화 가치 폭락을 방어하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풀이된다.

     

    금리인상 발표 직후 역외거래에서 루블화의 가치는 소폭 반등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져 신용등급 강등 및 외환보유고 소진 등 디폴트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은 국제유가 급락과 맞물려 원·달러 환율에 다소 영향을 미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원 이상 급락한 1,086.7원에 장을 마감했다.

     

    ◇ "직접적인 영향권 아냐…모라토리엄시 경제성장률 타격"

     

    국내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러시아의 위기상황이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경우 10대 수출 대상국이지만 수출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한국의 10대 수출 대상국으로 대 러시아 수출은 2.0%, 수입은 2.2%의 비중으로,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계에선 전자 산업 역시 여파가 미친다고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러시아의 외환위기 발생 시 한국 금융권이 13억6천 달러 정도를 직접적으로 피해 입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큰 데다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점도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상황이 우리나라 수출에 미약하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러시아 경제가 많이 안 좋아진 상황이어서 직접 수출은 이미 꽤 줄어 있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직접적인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금융부문에서는 큰 충격이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러시아 외에도 베네수엘라나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 통화 및 금융 불안이 동시에 확대되고, 이런 상황이 국제금융시장으로 전염되면 한국시장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보내고 있다.

     

    전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월스트리트에서는 누가 러시아 익스포저가 많은지 파악하느라 분주할 것"이라며 "당장 우리에게 치명적 영향이 없어도 러시아 상황을 무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만일 러시아가 모라토리엄까지 간다면 우리나라 수출은 2.9%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 하락하는 등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정부 "신흥국 전이 가능성 주목"

     

    정부 당국 역시 국내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작년 미국의 금리 인상 시그널이 있었을 당시 다른 신흥국들과 달리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서 "저유가 시대에 경상수지 흑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외환보유액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러시아와의 금융거래 및 교역 규모가 작아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다만 러시아발 위기 조심이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전염될 가능성에 대해선 경계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제시장을 통해 미치는 간접적인 리스크가 늘어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관련해 강도 높은 뉴스가 나오면 시장 참가자들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러시아의 경제 및 국제 역학관계의 흐름과 러시아와 관련된 국내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세종=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