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65조8757억, 영업손실 2241억주력사업 실적악화에 신사업도 고전정철길 총괄사장 "경쟁력 있다면 어떻게든 살릴 것"
  • ▲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정재훈 기자
    ▲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정재훈 기자

     

    국내 간판 에너지 업계인 SK이노베이션이 국제유가 붕괴 등의 여파로 37년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위기 돌파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당사는 그간 기술력을 활용한 사업 경쟁력 제고를 추구해왔고 이같은 테크놀로지 베이스의 경쟁력 제고 활동은 기존 사업에도 적용돼 왔다"면서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력 활용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주력 사업(정유부문) 실적 악화 등을 감안해 올해는 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사업인 정유부문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1조원에 달했다. 한계를 느낀 SK 측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신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해왔다. 그러나 국제유가 폭락,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공백 장기화, 불확실한 경영 환경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3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의 쓴 맛을 봤다.

    실적발표 전부터 SK이노베이션의 적자 전환은 거의 확실시 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더욱 참담했다. SK이노베이션은 5일 2014년 잠정실적 집계 결과 연결기준 매출액 65조8757억원, 영업손실 224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매출은 7938억원 (1.2%) 소폭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조6069억원 줄어 적자 전환했다. 특히 주력인 정유부문에서만 영업손실  9919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에 따른 석유사업의실적 부진 및 지난해 4분기 급격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로 영업손실이 확대됐다. 특히 석유사업은 지속된 정제마진 약세로 3분기까지 40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 재고평가손실이 커져 연간 99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SK가 투자해 싱가포르에 운영 중인 주롱아로마틱콤플렉스(JAC)는 국제유가 하락세를 예측하지 못해 최근 공장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고 설비 변경에 나섰으며 지난 2011년 7600만달러(824억원)에 인수한 미국 태양광 전지업체 헬리오볼트(HelioVolt)는 아예 사업 청산을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태양광 전지업체 사업 청산에 대해 "사업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방향을 전환하게 된 것"이라면서 "여러가지 시장 상황상 투자자 찾기기 쉽지 않아 사업 철수를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은 생각했던 것만큼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자 독일 콘티넨털과 손잡고 진행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합작 사업을 청산했다. SK가 유럽 사업 청산을 결정한 것 또한 사업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서다.

    SK는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과의 배터리 합작 사업은 차질없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는만큼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과감한 사업 청산은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올 초부터 SK이노베이션의 사령탑을 맡게 된 정철길 사장은 직원들에게 "올해 죽기 살기로 각오해야 한다"면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부진의 늪에 빠진 SK이노베이션을 반전시킬 구원투수로 나선만큼 정 사장의 발언에는 위기 돌파를 위한 절박함이 묻어난다. 다만 총괄사장 자리에 오른지 얼마되지 않은만큼 과감한 행보를 보이기보다는 현재는 전반적인 사업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졋다.

    정 사장은 냉정하게 사업 경쟁력을 따져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몰아치면서 검토하고,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힘을 실어 '어떻게든 살려보자'고도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사장은 사장 취임 후 종종 최태원 회장을 찾아 시장 상황과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신사업 분야에서 신규 투자 파트너 및 합자사(JV) 설립을 검토하기 위해 최근 국내 여러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