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무게추 '찬성'에 기울어…"전문가들, 국부유출 막아야"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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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데일리경제DB.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최근 합병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판세가 급격히 삼성에 기울고 있다.
이에 따라 합병 반대를 외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합병 비율 등을 문제 삼으며 국민연금의 마음을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부 유출만은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건 합병 찬성론자들도 국민연금의 빠른 입장 정리를 요구하며 논란이 종식되길 기대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성사 여부가 오는 1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정난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주총에서 합병이 정상으로 진행되려면 삼성물산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이 최근 합병을 무산시킬 이유가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주가만 보고 판단한다는 원칙을 세운 상태다. '먹튀' 엘리엇 변수에도 불구하고 합병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 무게추는 곧바로 합병을 향해 기운다.
삼성물산의 지분구조를 분석해보면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 특수관계인이 13.83%를 쥐고 있다. 여기에 백기사를 선언하며 같은 노선을 탄 KCC가 5.96%, 국민연금이 11.21%, 국내 기관투자자가 8.58%씩 각각 나눠 갖고 있다.
이탈 표를 아예 배제할 순 없지만 이들 모두 찬성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찬성 표가 최소 38%에 육박한다.
전체 발행 주식의 70%가 표 대결에 참석한다고 가정할 때, 삼성 측은 출석주주의 3분의2 이상인 47%가량의 지분만 얻으면 합병 절차를 순조롭게 끝마칠 수 있다. 즉 47% 대 38%, 부족한 9%만 채우면 어려움 없이 합병 결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숙제로 남은 '9%'는 개인 투자자(25.43%)와 외국인 투자자(24.71%)를 통해 풀어야 한다. 외국인이나 국내 개인 투자자 표 중 9%에 해당하는 주식만 우군으로 확보하면 합병이 가능해 진다.
아울러 표 대결에 뛰어들 주식 숫자가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다. 이는 삼성이 얻어야 할 표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엘리엇(7.12%)과 메이슨(2.2%), 일성신약(2.05%) 등이 들고 있는 반대 표는 삼성물산 지분의 10% 수준이다.
이상수 대영회계법인 회계사는 "의결권 위임 제도가 있긴 하지만 발행 주식의 70%가 표 대결에 참가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인수합병에 대한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여서 60%대 후반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엘리엇을 비롯한 합병 반대 세력들은 다급해졌다.
참여연대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연금의 합병 반대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합병이 회사의 핵심 사업영역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나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기 위한 결정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그룹 총수일가 3세들의 지배권 승계와 강화 차원에서 합병이 계획됐다고 비판했다.
엘리엇도 삼성의 주장대로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의 비율로 합병하게 되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심각한 손해를 입게 된다며 이 비율을 조정하지 않는 이상 합병이 중단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합병 찬성론이 주류로 자리잡은 상태다. 너무나 목적이 뻔한 엘리엇에게 국부를 넘겨줘선 안 된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엘리엇과 같은 투기자본의 힘을 빌리려다, 막대한 국부를 유출하고 경영불안으로 인한 투자위축을 초래하는 등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엘리엇에 동조하는 일부 단체에 일침을 가했다.
온라인 평판 관리 전문업체 '맥신코리아' 한승범 대표 역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국부 유출에 앞장섰다는 '꼬리표'가 영원히 남게 될 것"이라며 "엘리엇을 통해 과거 소버린 사태가 재현되는 일은 반드시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2003년 영국의 소버린 자산운용은 SK 지분 14.99%를 사들여 1대 주주로 오른 뒤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하며 SK를 압박했다. 나아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이어가며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던 중 느닷없이 2005년 7월 시세 차익 8000억원을 챙긴 뒤 한국을 도망치듯 떠났다. 당시 우리 국민들은 외국계 펀드의 두 얼굴에 경악했다.
한 대표는 "제2의 소버린 사태는 없다는 것을 외국 투기자본에 천명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연금의 단호하고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은 그 어떤 가치보다 국가경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관련업계 분위기도 합병 성사 쪽으로 굳어지고 있다.
한 회계사는 "삼성이 합병을 시장 예상보다 조금 서두른 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법에 따라 진행된 만큼 성사될 것이라는 게 회계와 법조계의 공통된 반응"이라면서 "시세 차익에 눈이 먼 엘리엇이 오죽 답답했으면 의결권 위임장에 자신들과 전혀 상관 없는 회계사 이름을 올리는 등 얄팍한 수까지 동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