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생, 2015 교육 신조어 사전 발표 청년실업-어려워진 수능 등 변화된 교육 트렌드 담아
  • # 5년째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는 김모씨(29·남)는 2년전부터 노량진으로 거처를 옮기면서까지 시험에 열중하고 있지만, 올해 시험도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주위에서 그런 자신을 두고 '공시폐인'이라고 부른다며 한숨을 쉬었다.

     

    # 서울 소재 4년제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이모씨(27·여)는 취직을 위해 공모전에 해외 어학 연수, 자격증까지 기업이 요구하는 것은 다 땄지만, 졸업 후 거쳐간 회사들에서 인턴만 4년째 하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을 호소했다. 최근 2030세대는 이 씨와 같이 수년 째 인턴만 하는 이들을 '호모인턴스'라고 부르며 자조한다.

     

    최근 '공시폐인', '호모인턴스' 등과 같이 청년실업과 작년보다 어려워진 수능 등 변화된 교육 트렌드를 담은 교육 신조어가 잇따라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은 이와 같은 교육 관련 신조어를 모아 발표했다.

     

  • ▲ 2015교육 신조어 사전ⓒ윤선생영어교실
    ▲ 2015교육 신조어 사전ⓒ윤선생영어교실

     

     

    ◇'돌취생·공시폐인·문송' 등 높은 청년실업률 풍자하는 신조어 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최저 수준의 청년(15~29세) 고용률(10월 기준 41.7%)이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취업이 대입의 궁극적 목표로 자리잡은 요즈음, 높은 청년실업률을 풍자하는 신조어도 더 날카로우면서 서글퍼지는 인상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성전이 된 공무원 시험 준비에 지쳐가는 '공시폐인'이 늘어나고, 입사한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취업 준비생 '돌취생'의 고개는 더 숙여지는 한편, 정규직 채용이 어려운 취준생은 인턴직을 돌고 돌아 회사 부장처럼 경험이 풍부한 '부장인턴'이 되거나, 인턴에 묶여 스펙도 잃고 미래도 잃어버린 '호모인턴스'로 박제되고 있다. 인턴도 못 들어가는 일이 허다한 인문학계열 전공자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는 사과를 '문송'이라 줄여 말하게 됐다. 인문계의 취업난은 날로 심해져 '인문계의 구십 퍼센트는 논다'는 '인구론'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를 피하려면 다른 학과보다 취업이 잘 되는 '취업깡패' 학과에 들어가려 경쟁하고, 창업 동아리나 선배가 탄탄한 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 '동아리고시'까지 준비해야 한다.

     

    극심해지는 취업난에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잣집 자녀가 물고 태어난다는 '금수저', 이에 대비되는 서민들의 '흙수저'. 자산과 연수입으로 줄을 세운 '수저계급론'은 심각한 취업난에서 버티는 청년들이 이 사회에 던진 서글픈 조롱이다. 이에 대해 일부 기성세대는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노오력'도 안 한다고 비판한다. '노오력'은 취업 등 청년들이 떠안은 문제에 대하여 사회적 인식 및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로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기성세대의 잘못된 태도를 비꼬는 말이다.

     

    안쓰러운 자녀들을 보는 부모들의 심정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조바심에 헬리콥터처럼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일일이 챙겨주 '헬리콥터맘'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자녀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행동을 멀리서 지켜보며 기다리는 '인공위성 맘'이 공감을 얻고 있다.

     

    ◇'로또수능'부터 가열된 입시경쟁 담은 '아웃백'까지… 

    대입 경쟁 풍자 신조어도 눈길 

     

    지난해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예년보다 크게 낮은 난이도로 인해 '맹물 수능'이라고 불렸다. 이번 2016학년도 수능은 작년보다 어려워져 '불수능'이라 불렸으며, 특히 탐구영역의 만점자 표준점수 편차가 심해 이른바 '로또수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인문계 사탐영역은 △경제 69점 △사회·문화 69점 △세계지리 63점 △국사 63점으로 과목별 만점 표준점수 편차가 최대 6점이나 벌어졌다. 과학탐구 영역은 △생물 76점 △물리∥ 63점으로 무려 13점이 차이났다.

     

    입시경쟁은 중등 이하 학령에서도 심각해지고 있다. 대입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과학고와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등 특목고에서는 '아웃백(out-100)'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특목고는 정원이 150명 이하인 소수정원을 지향함에 따라, 전교 100등 안에 들지 못하면 해외 명문대는 물론 서울대,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의 입학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아웃백'에 들기 위해 '입시 대리모'를 두는 학부모도 등장했다. 입시 대리모는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킨 경험이 있는 학부모가 자격을 가지며, 청탁 받은 아이의 대입을 책임지는 입시 보모이다. 입시 대리모 비용은 월 1000만원 이상으로 전해지며, 유학 및 해외연수 보모를 맡는 '유학 대리모'는 월 수백만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반해 자율적으로 노력하는 학생들이 돋보였다. 중·고교 청소년들 사이에서 공부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 '공블러'가 인기다. 공블러는 자신만의 학습법이나 매일 공부기록 등을 포스팅한다. 블로그를 찾는 학생들은 각자의 학습법을 공유하고, 댓글을 통해 서로의 하루 학습량 등을 체크하기도 하며, 공부에 시달리는 서로에게 응원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짝이나 그룹을 결성해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 메이트'를 찾기도 한다. 이들은 휴대전화 메신저로 각자의 공부계획을 알리고 서로 이를 지켰는지 점검하기도 한다.

     

    경쟁에 뛰어드는 학부모와는 달리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지향하는 학부모들은 '에코에듀' 환경을 찾았다. 에코에듀는 에코(Echo)와 교육(Edu)을 합성한 신조어로,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공부하고 자라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