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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장으로 참석한 김용건 (주)동양 대표이사가 주총을 진행하고 있다.ⓒ뉴데일리경제
유진기업의 (주)동양 경영권 확보가 좌절됐다. (주)동양 정기주총에서 주주들은 이사회 진출을 시도한 유진 및 파인트리자산운용의 요구를 거부했다.
기업논리 차원에서 최대주주와 2대주주가 이사 선임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동양 사태로 큰 손실을 봤던 소액주주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사 선임을 할 수 있는 지분율을 당당히 확보해 경영에 참여하라며 일침을 가했다. 결국 당분간 (주)동양은 김용건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10명의 이사진이 회사를 경영하게 됐다.
30일 (주)동양 정기주주총회에서 유진 및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제안한 이사수 증원을 위한 정관변경 1호1안의 안건은 부결됐다.
기존 이사수 10명을 16명으로 늘리기 위해 정관을 변경하고자 했지만, 의결권 있는 출석 주식수(위임장 포함) 1억5760만주 가운데 찬성은 8756만주(55.8%)에 불과했다. 출석 주식수의 3분의 2이상(1억500만주, 66%)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충족 요건을 넘지 못했다.
이어진 1호 2안인 10명에서 15명으로 이사수를 늘리겠다는 정관변경의 안건도 찬성 8859만주(56.2%)를 획득하는데 그쳐 부결됐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유진(유진투자증권 포함)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의 이사선임 안건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이사회 진출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려던 최대주주 유진과 2대주주 파인트리자산운용의 계획은 무산됐다.
이날 종로 서울YMCA에서 오전 10시 예정이던 (주)동양의 제61기 정기주주총회는 오전 10시30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위임장을 받은 의결권을 집계하고 확인하기 위해서다.
의장을 맡은 김용건 (주)동양 대표이사 사장은 “2018년까지 매출 7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을 달성하겠다”며 “매년 영업이익의 3분의 1(33%)에서 50%까지를 배당금으로 책정하겠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주총은 예상과 달리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한 주주는 “2007년 1만주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10주가 됐다”며 “김용건 대표이사는 주주들의 고통을 아느냐”며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의사발언에서 의장인 김용건 대표는 발언 중단 요청에 이어 퇴장 조치를 했다.
이후부터 주총장 분위기는 바뀌었다. 반대 의견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한 주주는 “법정관리를 졸업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사수 늘려서 이사보수 한도를 20억원이나 증액하려고 하냐”며 “이 안건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또 다른 주주는 “밤 10시에 (위임장을 받기 위해) 전화하고, 나는 유진이란 회사를 처음 들어본다”며 “이사수를 늘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때부터 채권단 대표로 일하고 있다는 한 주주는 “유진이 경영권을 확보해서 책임경영을 하려면 장내에서 적극적으로 지분을 더 매수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파인트리자산운용과 손잡고, 쉽게 헐값에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종성 유진기업 대표이사는 “저희가 위임장을 받는 과정 등 주주분들에게 서운하게 한 점이 있다며 죄송하다”며 “유진은 견실하게 성장한 국내 1위 레미콘 업체이고, 동양과 힘을 합치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으니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최 대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야유를 퍼부었다.
2013년 동양 사태 당시 채권 피해자들은 변제 및 출자전환, 감자 등의 손실을 겪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주)동양 소액주주들로 남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정의 골도 깊고, 그동안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시간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동양의 주주들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던 최대주주 및 2대주주의 진정성을 의심했고 마음을 열지 않았다.
주총 이후 유진기업 측은 “주총에서 확인된 주주들의 의사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릴 것이며, 앞으로도 주요주주로서 감시와 조언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주)동양의 지분율은 유진기업(유진투자증권 포함) 13.04%, 파인트리자산운용 9.75% 등이다. 나머지는 1% 미만의 소액주주들로 구성돼 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주)동양의 주가는 전일 대비 3.33% 오른 3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유진기업은 전일 대비 4.79% 하락한 4575원에 거래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