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침체, 수출 부진이 직격탄으로GDP 성장률 전망치, 3.1%서 얼마나 낮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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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수출증가율 등 주요 지표를 하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메시지로,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경제 예측이다. 

8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6월 말쯤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현 경제상황을 반영해 거시지표 전망치를 다시 내놓을 예정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내수가 꺾일 것이라는 전언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주요 경제지표를 더 낮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어느 정도 낮출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1분기 경제성장률 0.4%, 3분기만에 최저

정부가 참조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0월 3.6%였다가 올 4월 3.2%까지 떨어졌다.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도 위태로워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내려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실제 올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분기 만에 최저인 0.4%를 기록했다. 

지난 1월, 6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인 -19.0%를 기록한 뒤 2월 -13.0%, 3월 -8.1%로 감소 폭을 줄여가는 모습이었지만, 4월 들어 다시 두자릿수인 -11%로 주저앉으며 악화됐다.

작년 말 정부는 올해 수출이 2.1% 증가세로 반전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런 예상은 이미 물 건너간 모양새다. 수출부진의 주 원인은 세계경제 침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계경제가 침체하면 우리의 수출길은 더 막힐 수 밖에 없다"라며 " 경기 하방 위험을 비롯해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GDP성장률이나 고용·수출 등 지표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전망치 조정의 방향이나 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요 기관들은 대내외 여건을 반영,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줄줄이 내렸다. 한국은행, 한국금융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등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2.8%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달 말쯤 3.0%를 2%대로 낮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정부만 홀로 3%대 낙관적인 전망치를 고수하게 된다. 통상 2%대면 저성장으로 간주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정부는 정책 여력이 있고, 투자·수출 활성화 대책,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3%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선 "경제가 애초 예측한 성장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하방 위험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올해 성장률전망치를 수정할 필요가 있으면 조정하겠다"며 전망치 하향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일종의 목표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경제회복에 대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3.0% 이하로는 쉽게 내리지 않을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분기 GDP 성장률 프랑스보다도 낮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3개 분기 만에 최저치로 낮아지면서 프랑스의 성장률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에 그쳐, 프랑스(0.5%)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0.6%)보다 낮았다. 심지어 재정위기 국가였던 스페인(0.8%)보다도 저조했다.

한국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프랑스에 못미친 것은 2009년 4분기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이다. 2009년 4분기 한국의 GDP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0.3% 증가하는 데 그치며 같은 기간 0.7% 성장한 프랑스를 밑돈 바 있다.

한국의 올 1분기 성장률은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투자가 얼어붙은 영국(0.4%)과 같은 수준이었다.

◇수출과 내수 동반 위축.. 국내 30대 그룹도 '비상' 

한편 내수 부진이 더해지며 국내 30대 그룹에도 비상이 걸렸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우리 기업들은 안팎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주요 대기업까지 흔들리면서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감소했다. 이는 16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라는 역대 최장 기록까지 세우게 됐다.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수익성은 2010년 정점을 찍은 뒤 5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내수와 수출이 모두 활력을 잃으면서 우리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과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