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권역제한-합산규제'로 중국에 뒤쳐질 수도""인수합병 진흙탕 싸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 ▲ 신호창 서강대 교수 ⓒ 정상윤 기자
    ▲ 신호창 서강대 교수 ⓒ 정상윤 기자

     

    "방송통신 글로벌 융합 추세 속 우리도 관련 규제들을 조속히 철폐해 국내서도 방송통신 융합 논의가 가속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에게 유일하게 앞서있는 통신분야 마저 뒤쳐지고 말 것이다."

    신호창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AT&T의 타임워너 인수 결정 질문에 이 같이 밝혔다.

    신 교수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최근 AT&T-타임워너 인수와 관련해 방송통신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대세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국내 이동통신사의 경우 내수시장에만 집중 하다보니 우리 안에서 큰 장벽이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도 방송통신 융합 흐름이 만들어져 서로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기업들이 플랫폼 사업을 들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M&A로 과감하게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며 "현재 조선, 철강, 자동차, 건설 등 거의 모든 산업이 중국에게 따라잡힌 상황에서 통신 분야마저 '방송통신' 융합 움직임이 일지 않는다면, 국가 전체가 선진국 모델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이 같은 방송 통신 융합이 가속화 되기 위해선 '권역제한 폐지'가 가장 먼저 선행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지난 7월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 구역중 17개 구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합병할 경우 21개 구역에서 1위가 돼 경쟁 제한의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SK텔레콤과의 합병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최근 미래부 주최 '유료방송 발전방안 공개토론회'에서 많은 의견들이 제시됐는데, 그 중 국내 방송 사업권역을 총 78개로 나눠 케이블방송 사업권을 내줬던 '유료방송 권역제한' 제도를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며 "이 제도가 폐지된다면 권역별 점유율에 따른 독과점 논란이 사라져 위성방송, IPTV 등 전국 방송 사업자와의 M&A가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995년 행정구역에 따라 전국을 78개권으로 나눠 케이블방송 산업권을 획정·배분했는데, 이 권역을 크게 광대역화해 M&A를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어 "현재 시행 중인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따르면 특정 사업자의 가입자 비율은 해당 시장 전체 가입자의 33.3%를 넘으면 안된다. 다시말해 현재 국내 통신사들이 돈을 갖고 있어도 케이블방송과 융합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33.3% 점유율 규제 변화 등 인수합병을 막는 관련 장벽들이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산업 전체가 죽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 신호창 서강대 교수 ⓒ 정상윤 기자



    특히 신 교수는 홈쇼핑 수수료로 연명하고 있는 케이블방송을 살리기 위한 방법 역시 오직 방송통신간 인수합병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신 교수는 "케이블방송사 대부분이 홈쇼핑 수수료에 기대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래도 아직까지 케이블의 저력은 1995년부터 지켜온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인데, 조금 앞선 영역의 통신 사업자들이 케이블을 흡수해 다수 고객을 보유, 소비자 편의를 제공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방송통신 융합 움직임이 속도를 낸다면,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이 탄력을 받는 등 미디어 산업 혁신이 가속화 되는 계기가 될 것"며 "아날로그 방식의 질 낮은 저가 경쟁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진화된 미디어 서비스 형태로 산업발전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수합병은 하는데 있어 통신사간 진흙탕 싸움이 또 다시 일어난다면 디지털 산업이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공정위의 SK텔레콤-CJ헬로비전간 인수합병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이통사들은 경쟁사의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비판광고를 신문에 게재하는 등 원색적 비난과 발목잡기가 난무했었다.

    신 교수는 "디지털이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 10년전 디지털은 기술의 디지털이였지만, 지금의 디지털은 우리 생활 전반에 모두 포함돼 있다"며 "때문에 통신사들이 서로 싸우면서 서로 영역을 지킬려고만 한다면 우리 생활 전반에 파고든 디지털 산업이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통신 분야야말고 미래 첨단 산업분야라 할 수 있다. 이런 분야에 있는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다른 산업까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방송통신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관련 규제들을 없애 업계 전체가 적극적 인수합병이 일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