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출자전환'으로 연명… 2018년까지 버티기



온나라가 최순실 블랙홀에 빠져들면서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뚝 떨어졌다. 

정부가 100%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대우조선에 대한 구조조정 방향을 수술대 위에 올리는 게 아니라 '연명치료'로 결정하면서 큰 반발이 예상됐으나 최순실 게이트에 이마저도 묻히는 분위기다. 

두달 전 조선·해양 구조조정 국회 청문회 때와는 사뭇 다른 기류다. 검찰은 대우조선 비리와 관련해 전현직 대표 외에도 최근 건축가 이창하씨의 친형을 구속하는 등 수사는 현재진행형이지만 여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대우조선이 최순실 덕분에 살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틀린말이 아니다. 




  • 정부가 내놓은 조선·해운 경쟁력 강화방안은 구조조정안으로 보기 힘들다. 기업이 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안' 수준에 불과하다. 구조조정의 핵심인 산업재편은 쏙 빼놨기 때문이다. 당초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를 2강, 1중 체제로 재편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새로운 결론은 없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번주 중으로 자본확충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한다. 늦어도 10일께는 방안을 내놓는다. 산은과 수은이 계획하고 있는 자본확충 규모는 3조원. 

    채권은행은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부채 비율을 낮추는 데 있다. 내년 3월말까지 이 상태가 지속되면 대우조선은 또다시 상장폐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채권단은 우선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바꿔 부채 규모를 줄이는 식의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확충 절차에 나서기로 했다. 

    산은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에 지원하기로 한 2조6천억원 중 이미 빌려준 2조원을 주식으로 바꾸게 된다. 또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이 발행하는 영구채 매입을 계획하고 있다. 영구채 규모는 1조원가량 될 전망이다. 



  • 정부와 채권단이 이처럼 혈세를 쏟아 정상화를 시킨다는 계획이지만 대우조선의 생존은 담보하기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구조조정안은 2018년 업황이 살아나는 것을 전제로 그때까지 대우조선내 구조조정을 통해 버티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채권단 역시 그때까지 '유동성' 문제로 기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올해 대우조선의 수주상황은 더 나빠져 이같은 지원금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는 어두운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대우조선에 '일감'을 위해 정부의 발주가 예정된 군함 등을 조기 발주해 최대한 수주 물량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특혜'시비가 붙을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보내고 대우조선은 혈세를 퍼부어살리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기재위에서 "한진해운은 자구노력부터 어긋나고 용선료 협상도 제대로 되지 않아 원칙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했다. 일각서는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영향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유 총리는 "당분간 조선 3사가 같이 가겠지만 내년쯤되면 과거와 같은 대등한 조선 3사가 돼있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다.  

    대우조선은 오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감자를 의결한다. 산업은행은 기존 보유주식 1억3500만주(49.7%)를 전액 소각하는 무상감자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