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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전자가 공기청정기 옥타이리소씨아콜론(OIT) 검출 이후 대대적인 필터 교체를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제품 역시 논란이 된 업체의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소비자들에게 납품 업체 정보를 보안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함구해 논란을 우려한 '의도적 은폐'라는 지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쿠쿠전자는 지난 6월 공기청정기 10개 모델(CDH-A1645FW, HA1645FW, EA1645FW, RA1645FW, APO1645FW, RAP1645FW, CAC-B1210FW, AD1210FW, AD1220FW, AH1210FW)에서 OIT가 검출됐다. 이후 쿠쿠전자는 소비자들에게 항균 기능이 제외된 일반 필터로 무상 교체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교체 필터를 납품하는 업체가 차량용 에어컨 필터에서 OIT가 검출돼 환경부 지적을 받은 씨앤투스성진이라는 것이다. 제조 및 판매처는 두원전자였지만, 씨앤투스성진은 당시 항균 성분이 첨가된 필터 원지를 제조사 측에 납품했다.
물론 이번 교체는 일반 필터로 교체하는 만큼 OIT 검출과 관련한 문제를 회피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미 OIT 검출로 문제가 된 업체의 제품을 재차 사용하는 것에 반감을 생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쿠쿠전자의 필터 업체 비공개는 업체명 공개 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쿠쿠전자 측에 교체 필터 업체명을 요청했던 A 씨는 "쿠쿠전자에서 처음에는 보안상의 이유로 회사명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며 "이후 씨앤투스성진의 필터가 아니냐고 묻자 콜센터에서 본사 측 공지를 확인한 결과, 씨앤투스성진이 아닌 성진이라는 업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쿠쿠전자는 씨앤투스성진과 성진이 다른 업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씨앤투스성진 관계자는 "쿠쿠 측에 항균 성분이 제외된 일반 필터를 납품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2015년 1월 1일부로 씨앤투스와 성진이 합병해 같은 회사가 맞고, 이 같은 민원이 들어와 쿠쿠전자 구매부서에 같은 회사라고 통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쿠쿠전자는 이미 원치 않는 필터 택배 발송 등으로 OIT 논란 이후 수차례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또 한 번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모습이 드러남에 따라 소비자 신뢰 회복은 더욱 더뎌질 것이라는 의견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OIT 검출 이후 업체들이 필터를 교체해주고 있으나 여전히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OIT가 검출돼 필터를 교체하는 상황이면서 논란이 된 바 있는 업체의 제품을 또 사용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쿠쿠전자 측은 의도적으로 업체를 숨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제조사가 어디든 OIT가 빠진 것으로 필터를 교체하려고 했다"며 "제조사를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